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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한 연휴의 시작은 몇 비디오를 보는 것이었는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들 한 충격들을 내게 안겨줬었다.
간략히만 정리하자면,
1.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
https://bit.ly/ac25012701
그간 인간이 거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일본산 고어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완전 달랐다.
11년이 넘는 연재기간 속에서도 꽤나 정교하게 짜여진 구성과
작품을 관통하며 은은히 깔려있는 실존주의 철학은
그간 벽 위로 거대한 거인의 얼굴이 떠오르는 인상만 남아있던 내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무려 압축본으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ㅡㅡ
선과 악의 불분명함 속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오히려 삶의 구속과 압박이 되어 그를 본질의 노예로 만들고,
그것이 살아있는 그 자체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 실존하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는 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은
작품이 지닌 엄청난 힘이었던 것 같다.
2.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영화) -
https://bit.ly/ac25012702
김기덕이 무얼 말하고 싶은지 너무나도 명확히 보이는 영화였으나
그 전개나 표현은 너무 촌스럽고, 옛스러웠다.
표현도 좀 더 세련된 비유와 상징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고
플롯도 좀 더 현실에서 있을 법하게 구성하여 공감과 이해를 높힐 수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영화를 봤기에 인육 섭취 등은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으나
오히려 출연진에 대한 정보는 없이 봐서 안성기, 이성재, 류승범, 장근석, 오다기리 죠, 후지이 미나 등 이토록 화려한 배우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알면서도 참여했다는 게 더욱 충격적이더라.
미친 수위와 정신나간 스토리라는 사람들 평가에 일정부분 공감하기도 하지만
뭐 김기덕 같은 감독도 한 명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던 영화.
3. 대도시의 사랑법 (드라마) -
https://bit.ly/ac25012703
LGBTQ라고 다르지 않은 젊은 시절의 사랑 이야기였다.
내 이십대 시절, 영화 비트와 같은 삶을 살아간 것은 아니지만 그 혼란스럽고, 방황하는 삶에 공감했던 것처럼
이것이 요즘 이십대들의 감성이고, 문화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형태와 방식은 다르겠지만 본질은 같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남자 간 키스는 정말 못 봐주겠더라.
그렇지만 이 또한 형태와 방식은 다르겠지만 본질은 같은 것이겠거니 싶다.
내 이십대 시절, 나는 일반이지만 이반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았던 것처럼
이것이 요즘 이십대들이 LGBTQ를 대하는 방식이고, 이해해 줄 수 있는 범위인 것도 같았다.
남여로 바꾼다 해도 크게 다를 것 없을 듯한 사랑 이야기로 그들의 사랑 또한 특별하지 않음을 잘 표현한 듯 싶고,
시작과 끝을 집이라는 공간으로의 이사를 통해 성장을 상징한 것도 인상적이었으며,
특히 키 크고 잘 생긴, 매력적인 배우들이 눈에 띄더라.
그럼에도 드라마 자체는 내 취향이 전혀 아니라서
추천이 없었다면 결코 끝까지 보지는 않았을 듯 싶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에서 여성 간의 사랑은 큰 거부감 없이 보긴 했었는데
반대로 여성들은 오히려 여성들 간 키스를 이 정도로 못 봐줄까 궁금하네.
- ac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