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것 보아라.
우표가 두장 밖에 남지 않아 고민 끝에 쓴다.
흐. 백퍼센트 답장 기대가 되지 않는데...
아까븐 내우표 꺼이꺼이, (편지지가 부족해서 그냥 쓴다)
썰렁한 것, 요즘도 난봉질이나 하구 살겠쥐? 이곳에
온지 고작 이주지만 몇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그중 몇개는 성훈은 해병대가면 죽었다는 것과, 호겸과
너는 절대 군대 체질이 아니란거다. 흐흐, 넌 틀림없이 여기오면
미친척해서 빠질꺼다. 몬소린지는 와봐라. 꽉 짜인 일과표
자유라곤 찾을수 없고, 지루함, 막막함 그리고 그리움... 무엇보다
힘든건 주체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답답함인거 같다. 오늘
유월 팔일 일요일. 정말 간만에 널널함을 즐긴다. 덕분에 너에게
편지도 쓰고 말이야... 용팔인 잘 있다니? 성훈은 군대갔구?
요즘도 애들 뒷조사하냐? 하여간 별취미야... 몸은 좀 어떠냐?
혹시 벌써 죽은건 아니구? 핫핫, 애들은 잘 크구?
밤에 자리에 누우면 피곤함이 온몸을 엄습하지만
내 정신만은 보고싶은 얼굴들로 가득하다. 그 중 몇 부분은
칼사사가 차지하는것 같다. 지금쯤은 모하고들 사는지... 오늘
칼사 게시판엔 어떤 글이 올라왔을지... 내 한 몸 생각하기도
힘든 지금, 그런 걱정은 아마 사치겠지... 학교는 잘 가냐?
너도 곧 군대는 와야할텐데?
내 얘기 쓰고 싶지만 고작 이주간의 훈련병 생활이야
힘들다는 것, 답답하다는 것, 이것이 전부겠지, 더 써봐야 푸념
뿐인것 같고... 다들 잘 있는지 궁금하다.
흐 먼가 쓰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까먹었다. 흐, 생각없
는 군바리가 되어가나 보다. 이 곳에 와서 배운것은,
소리 지르는것, 군가, 일찍 일어나는것, 삼시세끼 먹는것, 안 씻는 방법
흐흐, 참 많이 배웠지?
썰렁한것, 영냉이랑은 잘 지내지? 아직도 그 아처 방에
서 살고 있나? 에구 거기서 살아야 이 편지를 받겠지?
이구 밤 아홉시다. 정오 청소에 시간이 없어진다.
줄여야겠따. 아처야, 귀찮지만 답장은 꼭 보내주구...
흐, 딴건 바라지도 않는다. 읔, 줄인다.
건강해라. 애들 소식 전해주구, 편지좀 쓰라고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