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6 황제를 위하여

작성자  
   achor ( Hit: 151 Vote: 6 )

황제를 위하여, 1986-1판 1991-2판, 이문열, 고려원

일전에 말했듯이 우연히 알게된 박일문의
신간같은 구간이 아니었다면
난 망설임없이 이문열을 읽고 있었을 게다.

그러나 운명처럼 난 사회주의 서적과 이문열 사이에서
잠시나마 고민을 했고,
우선적으로 이문열을 택하고 말았다.

수많은 이문열 작품 중에서
내가 고른 것은 '황제를 위하여'였다.

아처제국의 황제인 내게 그나마 관심이 갔고,
또 타국의 면모를 비교, 분석하고자 했다. ^^;

또한 최근 생긴 동양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나는 東洋의 논리로서 西洋의 논리에 맞서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이 소설을 쓴 이유다.'라고 밝힘에 의하여
마치 톱니바퀴가 맞아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감정은 경외이다.

역시 한 명의 위대한 작가란
상업주의적인 저속한 작가와는 달리
쉽게 탄생할 수 없는 노릇인가 보다.

그토록 해박한 고전에 대한 지식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한문을 바탕으로한 대화들도
이국적인 Shakespear보다는 훨씬 친근감이 갔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는 읽으면서도
사서삼경은 낡았다고 읽지 않고,
보들레르에게는 감탄하면서도 이하를 아는 이는 드물다.
니체에게서는 심취하면서도
장자를 이해하려 들지는 않고,
로버트 오웬은 알아도
허자는 낯설어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세워야 할 문화의 유형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동양적인 것과
새롭고 활기찬 서구적인 것의 조화에 있지,
어느 한편에 대한 일반적인 배척과
다른 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이나 몰입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서구적인 사상과 관념, 그리고 이론
-과학적 합리주의, 갖가지 종교적 이념, 정치사상-을
동양적인 논리로 반박해 나갔을 때
역설적이거나 황당함 보다는 놀라움이 앞섰다.

그토록 동양적인 명상은 놀라운 가치가 있었단 말인가!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던 황제의 모습은
과대망상증이나 파라노이아(偏執病)이란 비난 속에서도
노장(老莊)내지 아나키즘적인 깨달음으로
그 존재의 타당성을 증명해 나갔다.

감히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소설이라고 말하는 바이다.






3상5/476 건아처


본문 내용은 10,04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17559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17559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28156   1482   6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434
26864   --38317-- 도와주세요~~~ 난나야96 1997/08/14151
26863   [퍼온글] 그 날... 그 날에... 오만객기 1997/08/17151
26862   [폭련의장] 벙개 후기에요..^_____^ zv620724 1997/08/17151
26861   [너구리] 너/사/모 의 번창을 바라보며... sjrnfl7 1997/08/27151
26860   [svn] 레오야앙~~~보거라~~++ aram3 1997/08/29151
26859   (아처) 문화일기 6 황제를 위하여 achor 1997/08/31151
26858   (짝퉁) 왕가위 첫 영화 영화조아 1997/09/01151
26857   [레오]암만 찾아두...없당~~~**; leochel 1997/09/02151
26856   (아처) 정말 황당한 나우 4 achor 1997/09/06151
26855   [레오]아처벙개때... leochel 1997/09/09151
26854   (아처) 문화일기 12 산부인과 achor 1997/09/13151
26853   [괴기천솨] 가을을 실감할때... gokiss 1997/09/19151
26852   [L.E.D.] RE:24408 이봐 수민... 고대사랑 1997/09/22151
26851   [달의연인] 오늘 하루... cobalt97 1997/09/30151
26850   --38317-- 여러분 안녕! 나 재윤이~~~ 레드문 1997/10/03151
26849   [필승] 사생대회 더듬의 글 이오십 1997/10/05151
26848   [영재] D- 3 전호장 1997/10/06151
26847   사랑해 gokiss 1997/10/12151
26846   [달의의연인] T-ZONE cobalt97 1997/10/18151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