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년 4월 6일,
촉한의 유비는 황제에 올랐다.
그의 곁에는 관우와 유비라는 의형제가 있었다.
1886년 4월 6일,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이
"나는 모든 것을 갈망했으나 어느 한 가지도 향유하지 못하였다.
무한한 힘과 능력이 나에게 주어지고, 목숨이 천 개나 있었어도
부족했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는데,
왜 나는 이렇게 삶이 고통스러울까."
라는 말을 남긴 채 대형요트로 지중해 항해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1998년 4월 6일,
내 소중한 친구인, 대한민국 해병대 특수수색대 일병 김성훈이
귀대하였다.
이는 역사에 남은 그 어떠한 일보다도
적어도 내게만큼은 큰 일이었다.
또다시 살/아/남/은/자/의/슬/픔/을 느껴야 하다니!
이런 씨팔 젠장할.
<대방역>
나의 막막한 기다림의 원천은 그였고,
그의 막연한 기다림의 근본은 나였다.
그가 비록 50여 분 기다렸긴 했지만
내 60여 분의 기록은 결국 깨트리지 못하고 떠나갔다.
변한 건 없다.
세상 사람들은 그 어제의 느물거린 얼굴빛이고,
내 입의 THIS도 여전히 건재하다.
그의 굳은 표정...
<종로3가>
불과 몇 시간 차이일 뿐이었다.
불과 몇 시간, 그러니까 4월 5일의 하루는
우리에게 덧없이 여유로웠다.
하루종일 비 맞으며 대학로에 그냥 서 있었으니.
그 몇 시간 사이에 상황은 완전히 돌변하였다.
단 한 순간의 여유없이 빠듯하였으니.
상황은 급변하기 마련이고,
인간은 적응하기 마련이다.
<동국대학교>
강타와 토니의 활짝 웃고 있던 얼굴도
우리 담배 연기 속에서는 역겨움일 뿐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사람들은 즐거워했고.
三寒四溫 苦盡甘來 興盡悲來
<영등포>
Let's laugh like the morning sun.
Today, right now, as if we knew of a distant day
when fog covers the heart.
<인천>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흐르고 말았다.
웃음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곤 레모네이드를 완샷했다.
마지막 담배와 굳은 악수...
무언가를 얘기함에 있어서 굳이 말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종종 말이란 대상을 가볍게 만들곤 하니.
<월미도>
바다를 보았다.
가슴 벅차올랐던 그 바다는
이제 아쉬움의 대상일 뿐이었다.
함께 용민을 면회갔을 때 쓸쓸한 용민의 뒷모습을 보고 불렀던
"사랑이 떠나가네"란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젠장...
다들 가버리는군.
<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복잡한 감정을 이야기하기엔 내 말주변이 너무 짧다.
단지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그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내 눈에선 눈물이 핑돌았는 것 뿐.
결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난 내 삶에 있어서 최고의 우정을 지금 느끼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고, 또 행운인 일이라 믿고 있다.
아직 삶을 바칠 수 있는 사랑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삶을 바칠 수 있는 우정에는 도달하였기에.
내 입원을 기다려줬고, 내 구속을 기다려줬던 그.
이젠 내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와는 달리 언젠가 돌아올 거란 확신은 있으니
오히려 내가 더 평안하겠지.
내 연락처가 그의 연락처가 될 만큼
최대의 시간을 함께 했던 그 20일 간의 추억들은
지금 생각해도 슬며시 미소 지을 정도로
무척이나 소중한 기억들이다.
난 안다.
언젠가 다시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상실에 조금은 익숙해 진 난
더이상 정체할 생각은 없다.
삶은 변화이고, 또 흐름이기에.
그 운명이란 흐름에 나를 맡긴 채
저항없이 흘러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