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늘 상쾌하다. 날이 흐리든, 그렇지 않든 밤을 홀딱 새고
4층 로비에 놓여있는 커피 자판기에서 별 맛은 없는 고급 커피
(?)를 뽑아들고 담배를 물고 나면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음
을 감지하고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다시 6층으로 올라간다.
오늘 같은 안개비가 내리는, 아니 안개비라기 보다는 비가 너무
와서 앞도 안보이는 이 아침도 상쾌할진데, 마음 속에 내리는
비는 날 우울하게 만든다.
뿌옇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렵
다. 지난 밤의 전화 탓일까. 그 복잡함 속에서 얻은 것은 없다.
다만, 현실에 부딪혀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들로 내 마음이 편
치 못하다.
애석하지만, 내 꿈은 상당 부분 수정되었었다. 그도 그런 것이,
토끼 잡기에서 일단 실패하였고-혹 나중에 성공한다해도 현재로
서는- 예정했었던 일들은, IMF의 지대한 영향으로 날 학교에 놔
두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내 인생, 특히나 이십 대에
이루려했던 많은 것들은 하나둘씩 postpone/discard 되었다.
결국, 내 삶 속의 큰 부분도 점차 허물어졌고, 일주일이라는 기
간동안 생각해 보겠지만 결국 단 한 가지의 결론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누구나 삶에서 꿈을 갖게 되고, 이루려 노력한다. 열심히 노력
한 사람은 꿈을 이뤘을 것이요, 그렇지 못했던 사람은 아쉽지만
조금은 절망을 하며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다.
나. 나는 그렇지 못했었고, 조금은 절망을 하며 다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 주위의 `그럴 줄 알았어' 라는 말
을 들으면서도, 못들은척 넘겨야만 한다. 탄탄해지기 위한 노력
은 어떤 결과를 나을지 모르지만, 묵묵히 참고 견딜 수 밖에 없
다.
어쩔 수 없다.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크다. 마음 먹은 만큼, 드
라마에서 영화에서 보는 대로 삶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내 충격은 조금 더 큰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