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세수하고 이 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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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이를 닦았다.

이를 닦으면 온 몸을 씻은 거처럼 개운해 진다. 어제 친구들을 만나

고 오늘부터는 뭔가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말을 너무 무리하게 바쁘게 지낸데 원인이 있었다. 그와 상반되게

연초는 나태함의 바다에서 정신없이 짠물을 마셔가며 허우적데고

있다. 매일 낮잠을 자면 afkn에서 본 자살 장면이 꿈에 나타난다.

그것을 구경만하고 끔찍스러워 하는 형제로 등장한다. 그 자살한 사

람을 노랑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바보스러운 여자아인데, 난 그 애

의 언니나 동생이 될 수 없다. 난 부모님 두분다 순수한 한국분이시

니까...

형제의 죽음에 끔찍해하는 동시에 다른 머리론 그 애와 나는 형제

가 될 수 없는데란 생각을 한다. 언니가 요새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열심히 읽는데 한번 물어나 보아야 겠다. 어쩌면 꿈에서 자살한 건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요새 나의 모습은 가끔씩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반성하고 싶은 순간이 많으니깐....

여하튼 중요한건 난 지금 이를 닦았다는 것이고...

세수는 안했다.
가끔씩 생각한다. 이만 닦고도 세수를 한것같이 개운한데 사람들은

왜 세수를 할까? 어렸을적 큰 집에 가서 자면 잠 자기 전에 이를

꼭 닦고 세수를 하고 자라고 큰아버지께서 그러셨다. 그러면 집에선

항상 안 그렇지만 매일 그러는냥 열심히 닦고 씻고 잤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이 되면 큰 아버지는 왜 이 닦고 세수하냐고 전날 했는

데..라고 진지하게 말씀 하셨다. 일리가 있는 얘기인거 같았다. 난

밤새 어디도 돌아다니지 않고 깨끗한 이불 속에만 있었으니깐. 그래

서 그냥 눈꼽만 떼어내었다.

그리고 그 겨울방학 내내 저녁때 자기전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자면 다음날 아침엔 세수를 하지 않았다. 난 나의 게으름의 타당한

이유로 권위적인 큰아버지를 내세웠다. 그래서 아침에 세수를 안하

고도 이를 안닦고도 뿌듯할 수 있었다. 우리아버지보다도 조금 힘이

더센 큰아버지가 하신 얘기다. 푸하하하!!! 어쩌면 큰 집에서 자고

일어났던 그 날 아침의 큰아버지의 말씀은 농담이셨을 수도 있다.

그날 큰 아버지는 아침에 세수를 하시고 이도 닦으셨으니깐. 난 농

담인것도 알았을 거다. 근데, 진지하셨다고 믿어버리고 그냥 방학

내내 그렇게 살았다. 그러고 보면 난 내 자신에게 비열한 짓을 참

많이 한다. 언제나 이유가 있고...

지금도 아침에 가끔 세수를 안 한다. 자주 그런다. 이유를 만들 필

요는 없다. 내가 그냥 하기 싫어서 안하는 거니까, 하지만 비열한

나는 또 이유를 만들지, 내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아침에 세수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집에 있고 세수를 한다고 해도 그 전과 크게 달라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눈꼽만 떼고 이만 닦는다. 이는 그 겨울방학 내내 안

닦아본 결과, 포~~티는 안나지만 안닦으면 썩을 수도 있다는 중요

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닦으면 내가 제일 싫어하

는 치과에 가야 하니깐.....

이만 닦고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나의 얼굴에 대해 아무런 눈치도

못 알아차릴때면, 뭐 당연한 현상이지만 혼자 재미나다. 그러다

가 친구의 얼굴에 애정표현을 하는냥, 한번 나의 얼굴을 비비적 대

보고 ‘나 오늘 세수 안했는데...’라고 한번 하면 발끈하는 친구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세수하며 살아가며 살아가는 일은 지루하지만 세수 안 하며 살아가

는 일은 즐겁고 신난다. (^^) 내 얼굴에 뽀드락지가 하나 더 생기

는 일이 있더라도 내 친구들이 나의 모습에 한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희생할 용의가 있다. 난 너무 착해....크득크득...

근데, 중요한건 매일 친구들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

이다. 더럽고 게으른 이미지로 내가 낙인찍히는 일은 정말 싫으니

깐....그러니까, 매일 세수를 안하고 학교를 가더래도 친구들한텐, 가

끔 말해야 하는 것이다, “나 오늘 세수 안 하고 왔는데....히히!!”

아침에 세수를 안하면 하루가 여유있어 진다.

.......먼지요정.....


본문 내용은 9,54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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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