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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 마치 영화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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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chor
| ( Hit: 197 Vote: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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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에 빠진 사람은 천정이 당구대로 보이는 게 당연하겠지만,
오목에 빠진 사람은 눈을 감으면 절로 바둑판이 그려지는 게 당연하겠지만
난 그럴 하등의 이유도 없었다.
난 영화에 빠져있지 않았으니.
3월 6일, 성훈 생일을 맞이하여
그가 그리워할 만한 RadioHead의 Tape나 하나 사러 레코드샵에 갔는데
내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Creep]이 담긴 앨범을 꺼내는 순간
Radio에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내보내는 [Creep]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이 구성되었는데
그건 엉성한 [접속] 비스무리한 느낌이었다.
한 여인이 하이얀, 긴 손가락으로 Tape을 꺼내든다.
화면 가운데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과 넓적한 Tape가 대비되는 가운데
그녀가 꺼내든 Tape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화면은 그녀의 옆얼굴로 이동.
머리는 따올려 까만 핀으로 고정시켜놨고,
왼쪽 팔에는 대학노트가 한 권 끼여있다.
그녀는 그 Tape을 한 손으로 여러 번 뒤집어 보면서
음악을 듣는 척, 고개를 갸웃거린다.
Fade Out.
꽤나 혼잡한 버스였다.
버스를 발견하고 달려가 겨우 버스에 탔지만 바로 다음이 내릴 정거장.
내리기 위해 뒷문쪽으로 꾸역꾸역 파고 들고 있었는데,
허걱,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옆모습이 너무나도 선영과 비슷하였기에.
확인하기 위해 힐끗힐끗 난 그녀의 옆모습을 쳐다봤는데
이번엔 어느 CF의 한 장면이 연상되고 있었다.
화면 가운데 그녀의 옆얼굴이 잡히고, 카메라는 흘쩍흘쩍 흔들린다.
그녀는 노랜색 짧은 커트머리. 눈화장이 짙다.
발라드풍 음악이 은은하게 흐른다.
카메라는 다시 혼잡한 사람들을 헤치고
어설프게 그녀를 바라보려 하는 내 모습으로 이동.
내 눈이 그녀의 옆얼굴에 주목되는 순간,
그 때 음악은 멈추고 조용히 내 독백이 흐른다.
"전 그녀를 제 첫사랑으로 착각하였습니다.
기다란 눈썹, 하얀 피부, 상큼한 입술, 모든 게 그녀와 똑같았습니다.
그 때 전 그녀가 제 첫사랑이든, 아니든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만 같았습니다."
Fade Out.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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