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자식의 섹스를 목격한 부모의 행동에 관하여... 작성자 achor ( 1999-04-20 22:46:00 Hit: 285 Vote: 23 ) 어제, 오늘은 참 바쁘게 살았다. 그렇다고 신이 내 권태로움을 가엽게 여겨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 준 건 아니고 다만 요 며칠 전부터 널널했기에 벌여놨던 일들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하루를 보람되게 보내고 나니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가슴뿌듯함이 있었다. 밤하늘을 보며 크게 한 번 호흡하니 마치 무슨 대업이라도 끝낸 양 기분이 시원했다. Carpe Diem만이 진실은 아닐 게다. 지금 내 앞에 존재하는 유혹을 당당히 떨쳐낸 후 떳떳한 모습으로 바로 서는 것도 惡의 구렁덩이에서 색다르게 사는 것만큼 재미있을 지도 모르겠다. 내 사랑의 문제는 다름아닌 [환상]이다. 난 사랑을 너무 대단하게 여겨 아무리 먹어도 만족치 못할 공허감을 안고 살아간다. 난 [절대적 사랑]이란 이상에 빠져있다. 내가 말하는 절대적 사랑은 이런 거다. 우선 첫눈에 빠져들어야 하고, 그렇게 빠져들어 그 무엇으로도 그 사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야 한다. 아무 것도 제한이 될 수 없다. 사랑 이외의 어떤 조건도 사랑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물론 이 사랑의 오류를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첫눈에 빠져든다면 그건 대개는 외적인 것에 영향을 받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내 환상의 사랑이 말하는 외모, 성격, 재산, 학벌, 가문 등등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건 어처구니 없게도 외모에 다시 꼬리잡히게 된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난 이 오류 가득한 사랑의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어머님 친구분께서 내게 소개팅을 해주시겠다고 한다. 우선은 정중히 거절했지만 솔직히 소개팅 하면 가슴 설래는 건 사실이다. 무슨 맞선 보는 느낌이 들었다. 양가 부모님이 인정하는 교제... 난 아직 그런 건 정말 딱 질색이다. 어느 쪽이든 부모가 개입되면 난 두려움을 느낀다. 내 환상 속 사랑에 어른은 없다. 부모의 섹스를 자식으로서 터부시 하는 건 비단 유교문화권만의 현상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뭐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난 부모의 섹스를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간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떤가? 부모가 자식의 섹스를 목격했을 때 그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마도 내 부모님은 그저 묵인하고 넘어가실 것 같다. 난 지금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통하여 일종의 선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세계와 내 세계. 내가 부모님의 섹스를 묵인하듯이 부모님은 내 섹스를 묵인하는 게 당연하고 또 그러실 거라 믿는다. 이건 일종의 약속이다. 내가 어떤 혜택을 배풀었을 때 나 역시 상대방으로부터 그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요즘 와서 드는 생각은 난 이런 식으로 사랑을 확인해 가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절대 만나지 못할 것만 같은, 말 그대로 이상 속에만 존재하는 사랑. 내 환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아 가면서 현실의 사랑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것. 이게 내 사랑의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난 정말이지, 참 문제가 많은 놈이다. 정령 평범한 사랑을 원한다면 나를 냉정히 죽여버려라. 98-922034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44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23872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23872 👍 ❤ ✔ 😊 😢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각 Tag는 , 로 구분하여 주십시오. 28156 1482 28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153 22798 [돌삐] 세미나 마감 4시 dolpi96 1999/04/23204 22797 [두목/공지] 1999년4월 제32회 정모&3주년 기념식 elf3 1999/04/23211 22796 [지니] 오늘인가? 총파업하는날... mooa진 1999/04/23199 22795 [지니] 중간고사.... mooa진 1999/04/23200 22794 [롼 ★] 중간고사 끝. elf3 1999/04/23202 22793 [두목★] 칼사사 연락처 ver.9 elf3 1999/04/23203 22792 [돌삐] 3주년 때 ! dolpi96 1999/04/22193 22791 [돌삐] 33-1번의 아줌마 dolpi96 1999/04/22215 22790 [돋까천사] 3주년에 대해 1004sj 1999/04/22483 22789 [지니] 아끼는 동생을 군대에 보내면서 mooa진 1999/04/21206 22788 (아처) 자식의 섹스를 목격한 부모의 행동에 관하여... achor 1999/04/20285 22787 [77/토토] 차갑게 시작할 수... chopin9 1999/04/20185 22786 [토토] 너의 작은 손짓하나에도.. chopin9 1999/04/20199 22785 [선주] 나도 끼워줘잉..~~~~ umpire 1999/04/20187 22784 [경민] ^^* yookie 1999/04/19187 22783 [깡총~] 어린왕자 中에서... 깡총깡총 1999/04/19166 22782 [q]란희야.. ara777 1999/04/19207 22781 [롼 ★] 중간고사 시작. elf3 1999/04/19202 22780 [두목★] 칼사사 연락처 ver.8 elf3 1999/04/19195 279 280 281 282 283 284 285 286 287 288 제목작성자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