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변치 않는 여인, Jita가 내게 말했다. "술이나 같이 한 잔 하자, 지금
이쪽으로 와라." 그때 난 경복궁 역에 있었고, 또 볼 일이 있었지만 그 친구
는 막무가내였다. "지금 꼭 만나고 싶어."
연착하는 지하철에 짜증을 느끼며 힘겹게 친구가 있던 곳에 도착하였을 때,
친구는 술에 완전히 취해 감당못할 일들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를테면 거리에
서 미니스커트를 덮친다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싸우는 것들..
겨우 그 친구를 말린 후 질질 끌어 그 친구 집 앞에 도착하였다. 그리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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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캘리포니아, 我處帝國
입에 담배를 한 대 물려준 후 나도 담배를 한 대 빨았다. 후미진 골목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은 참 맑았고, 봄바람은 참 시원하였다.
골목 계단에 쓰러져 잠들어 있던 친구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내게 말했다. 아니, 내게 말하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혼자 말하
고 싶은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보증 잘못 서서 5월이면 거리에 내앉게 생겼어. 이제 남은 건 아무 것도 없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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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캘리포니아, 我處帝國
중학교 시절 아버님을 여의고 홀어머니와 동생을 돌보던 친구다. 물론 이 친
구가 무슨 밝은 사회 홍보 영화 따위에 나오는, 그런 착하고, 굳세게 살아온
사람은 아니었지만 난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을 계몽하려는 그 작태가
그 얼마나 유치하고, 한심했던가!
까만 밤하늘, 뿌연 담배연기, 술취해 흐느적거리는 친구... 영화 속 한 장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한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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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캘리포니아, 我處帝國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지난 날의 내 삶은 오직 가식 같게만 느껴졌
다. 난 아무 것도 한 게 아닐 지도 모른다. 단순히 쾌락만을 위해 논 것, 그
저 '자유'와 '경험'이란 이름을 단 의미없는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친구를 보고 있자니 내 지난 삶 속에는 '진실'이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
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대학생이 싫어졌다. 내 이상과 너무도 동떨어진, So
Fucking 대학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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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캘리포니아, 我處帝國
사회를 위해 몸을 내던졌던 그 젊은 지식인들은 어디 갔는가! 불의에 투쟁하
고, 불합리에 고뇌하던 그 젊은 지식인들은 어디 갔는가! 토론하고, 아무 것
도 할 수 없음에 눈물 흘리던 그 젊은 지식인들은 어디 갔단 말인가!
지금은 1990년 후반, 첨단 21C를 바라보는 문화의 다양화 시대, 매니아 시대.
"우리를 너희식대로 판단하지마!", "우리의 개성을 무시하지마!"
화려한 조명 아래서 몸이나 흐느적대는 양아치 새끼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도서관에 파묻혀 화려한 미래를 꿈꾸는 벌레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누가 감
히 판단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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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캘리포니아, 我處帝國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렇지만 아무리 입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주장하며 떠들어 봤자 내 지난 삶엔 그 친구처럼 '진실함'이
없었다. 가식적인 몸짓, 절로 우러나온 행동들이 아닌 인위적인 조작들 뿐이
었다.
지하철 파업으로 내 삶이 조금 고단해 진 것을 불평할 때, 노동자의 권리는
무너지고 있다, 내 미래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 게 우리들 탓만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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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캘리포니아, 我處帝國
박일문의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아있다" 속에 비치는 80년대 운동가들의 삶
은 비참하기만 하다.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 변호사... 그들은 진실되지 못했
다. 적당히 발만 담궜다 나이가 들자 싹 입을 바꿔버린 사람들... 그들을 원
망하지는 말자. 단지 세상 삶에 서툴렀던 실패자들을 비난하자...
그리고 오늘은 내 생애 첫 휴가였다.
많은 기대와 희망이 있었지만 결국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창밖으로
보이는 흐린 날씨를 감지하며 옛 我處帝國만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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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캘리포니아, 我處帝國
지금 다시 그곳으로 갈 수 있다면 보다 멋지게 살아볼 수 있을텐데...
비록 많은 범죄와 비도덕으로 사회적으론 비난을 받는 그 친구지만 그 삶의
진실함은 내게 부끄러움을 주었다.
무언가 가슴 깊이 터져나오는 진실된 힘을 느껴보고 싶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게 아닌, 몸으로 해야한다고 느껴지는 것들에 미쳐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