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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 문화일기 1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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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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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윤동주, 한국, 시
▶ 바람이 불어 ◀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다소 식상한 이름이긴 하지만 평소 윤동주의 시를 읽고 싶
었었다. 교과서에 등장했던 무수한 시인들 중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윤동주는 며칠 전 중1-중3 모두 시를 끝내며
이번엔 꼭 한 번 읽어봐야지, 내게 각오를 심어줬었다.
아직 詩를 보는 눈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괜찮은 느낌
이 왔던 시 몇 편을 골라봤다. 그리고 그의 산문들도 몇 개
실려있었는데 그는 산문마저도 시처럼 쓰고 있는 듯한 느낌
을 받았었다.
참 모범적인 사람 같단 생각을 했다.
동시대를 살았다면 그와 친구될 수 있음에 행복해 했을 것
같다.
▶ 사랑스런 追憶 ◀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주어,
봄은 다 가고―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
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
거릴 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終始 ◀
(前文省略)
이제 나는 곧 終始를 바꿔야 한다. 하나 내 차에도 신경
행, 북경행, 남경행을 달고 싶다. 세계일주행이라고 달고 싶
다. 아니 그보다도 진정한 내 고향이 있다면 고향행을 달겠
다.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다.
990725 16:00 젊은 시인, 윤동주. 그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여.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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