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한 여자를 좋아 했습니다.
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초라함에 그녀에게 다가설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가 그녀를 처음본것은 어느겨울날 영화벙개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까르르... 웃는 그녀를 구석에서 바라봐야
했습니다. 자신에 초라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날이후부터 그에 머릿속엔
온통 그녀에 목소리와 해맑은 웃음뿐이었습니다. 통신을 해도 그는 좀처럼
그녀에겐 말을 걸지 못했습니다. 너무 순수했기 때문일까요.
그는 다음 벙개를 기다렸습니다. 해맑은 웃음과.맑은 목소리를 먼발치에서
나마 볼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벙개에도 그다음 벙개에도 그녀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통신에서도 그녀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미칠것 같았습니다. 해맑은 웃음...
아니 목소리라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심끝에 그는 그녀에집에 전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회원 조회를 해봤습니다.
전화번호를 알아내곤...조심스레 다이얼을 돌렸습니다.
뚜.뚜.뚜.....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달칵....."여보세요?" 그녀에 목소리였습니다.
그는 그저 기쁘기만했습니다.
"여보세요?여보세요?"
달칵. 그녀가 끊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냥 기쁘기만했습니다. 그녀에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이후로 그는 매일같이 그녀에 집에
전활 걸어서 "여보세요?"하는 그녀에 목소리를 들으며 기뻐했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 그녀의 목소리는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누구에요?전화를 했으면 말을 하셔야지..까르르.."
'왜이렇게 실실웃지?술 마니 취했나보군.'
그는 수화기를 내려놀수 없었습니다. 입이 쭉 찌져졌습니다. 다음날 병원에
가서 꼬맸습니다.-_-; 그는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일상적인 대화들...그렇게
겨울을 갔습니다.
"벌써 봄이네?우리 몇개월째 나만 말해야돼니?
"........."
"아핫.그래.나혼자 앞으로 계속 말해야돼면 한번.너두 말할꺼면.두번.^^"
"삑."
"어..어랏?왜?나두 니목소리 궁굼하단말야잉.~"
"............"
"너 디게 궁금하다.헤헷."
"야!나만 말하기 힘드러..으으..너왜 말 안하는데?"
"..........."
"나오늘 꼭 들을꺼야 니목소리..히힛."
"......."
"야 말해바.제발.야아아아아아~~"
"으앗.엄마다 야끊어.낼다시해~"
뚝.뚜.뚜.뚜.뚜.
그녀도 언젠가부터 그에게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장난이었지만
왜인지.끌렸습니다. 사랑이라고하기엔 너무 이상하지만 사랑이라고 하지
않기에도 이상했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몰르고 목소리까지 모르는
이 사람을 사랑할수 있다는 자체에 그녀도 자신도 의아해 했습니다.
그녀는 성악가가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그쪽으로 선택했고. 이젠
봄이되어 어엿한 대학생이 돼었습니다. 그 많은 미팅들도 뿌리치고.
(노래잘하면 이쁜줄알고 주선은 수없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녀에 말입니다.
믿는건 당신 맘입니다.-_-;)
그녀는 늘 저녁이면 집에 들어와서 그에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그들에게 찾아온건. 폐암.후두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돼었습니다.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그녀에 꿈인 성악가.그와의 전화통화.그녀의 꿈과
하나뿐인 삶에 낙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일주일을
입원해있었습니다. 아직 수술하려면 일주일은 더남았고...퇴원하려면 한달은
더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퇴원을 제대로 할수있을지...갑자기 그녀는 그가
너무 그리워 졌습니다. 그는 그대로 그녀가 벌써 일주일이나 전화를 안받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래.내주제에 무슨.훗.'
그녀는 집에서 쉬게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수술하기 전까지만...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수술의 성공률이 희박하단걸...이젠 그녀는 수술이후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살더라도 앞으로 말을 못하게될지 모릅니다. 너무부어서
음식도 제대로 못삼키는 목...콜록일때마다 시뻘건피를 토해버리는 그녀.
그녀의 간청에 못이겨 집에서 수술하기전까지 있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누워서
전화기만을 꼭 붙들고 있었습니다.
하루.이틀.사흘.... 몇일이 지나도 그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오일째 되는날밤 그녀는 밤새 울었습니다.
'이젠 그를 볼수 없는건가.'
'수술하기전에 그에 목소리한번 들어봐야하는데.'
'수술이 끈나서 내가 말을 못하게돼면.그와는 어떻게 말하나?'
'만약내가 죽게된다면.....후.....'
많은 생각들로 그녀에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육일째되는날...마지막집에서
자는날인데...그녀는 잠이 오질 안았습니다. 그저 울면서 전화기만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그는 그대로 매일 술에
찌들어 살았습니다. 그날도 그는 역시 술에 취해있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걸까.'
그녀에집에 한번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틱틱틱..
뚜우~~~~뚜우~~~~뚜우~~~~뚜우~~~~뚜우~~~~~
달칵.
"여보세요~"
달칵.
그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흐.그럼그렇지.희유...한숨만 나왔습니다.
다음날 아침.그녀는 퉁퉁부은눈으로 여전히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빠엄마는 병원에갈 준비를 하시나 봅니다. 또 눈물이 납니다.
'제발.......'
그는 삐삐소리에 잠이깼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친구에게 레포트를 가져다
줘야하는날이었습니다. 삐삐를 확인하려고 전화길 들었습니다.
메모리를 눌렀습니다. 4번을 눌러야할거.잘못해서 3번을 눌렀습니다.
뚜우~달칵.
'어랏.삐삐가 왜이래?'
끊으려는 순간.
"여보세요!여보세요!나야 나!야!삐빅대봐좀.으흑흑."
그녀가 확 쉬어버린 목소리로 울부짓는게 아닌가.
"삑삑."
"으흐흑..너구나..보구싶었써..으흑.으앙..."
그녀에 맑던 목소린 어디가고 쉬어버린 목소리...그는 놀랐지만 어떻게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쉰목소리로 절규하듯 외쳤습니다.
"야!나이제 병원가야돼.나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살더라도 목소리가 안나올지도 몰라!"
"그러니깐 내 마지막 소원이야.너 목소리좀 들려줘!"
그녀는 어느새 흐느끼고있었습니다. 아니 펑펑울고 있었습니다.
"야!빨리.나이제 병원 가야한단 말야!빨리.제발~~으흐흑흑.."
".............."
그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습니다. 그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는 그냥 전화를
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말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벙어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에 못남에 울었고.그녀는 그가 그리워서 울었습니다. 둘은 계속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