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가끔 스포츠신문을 통해 봤던 만화였다. 연재물이
라는 게 원체 그렇기도 하겠지만 전혀 내용을 알 지 못하면
서도 다소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다소 기대감을 주기
도 한다. 그렇게 남아있던 감정들이 아마도 노랑머리,를 고
르려 했던 내 손을 바꾸게 했을 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신승훈을 비난할 때 신승훈 팬이었던
한 친구가 말했던 게 생각난다. 그 흔한 사랑을 보다 가슴에
와 닿게 하는 것도 큰 능력이라고... 맞는 말 같단 생각을
했었다.
이 만화 역시 상투적인 설정에서 시작된다.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가 자라나서 서로의 적이 되어 서로에게 칼을 겨누
는 설정. 그 외 부가적으로 어린 시절 사랑했던 사람도 적이
되고, 후에 화해하는 지루한 결말로 치닫기도 하고. 색다름
이라면 주된 이야기였지만 겉치레로밖에 느껴지지 못한 M&A.
그런데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난 제법 큰 흥미를
느꼈던 게다. 대개 어떻게 종결될 것 같다는 뻔한 예상을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을 보면서도 혹시,하는 기대를 품었
었고, 뻔한 이야기임에도 설마,하는 의혹을 품었었다. 그런
게 이현세 만화가 가진 힘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다.
최초에 누가 그런 설정을 해놨는 지는 모르겠지만 참 괜찮
은 설정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친했던 형제가 서로 다
른 길을 걸어가며 서로의 적이 되어 비극적이면서도 감동적
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렇게 앉은자
리에서 줄기차게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폭풍이 가슴에서 느
껴진다. 마치 길고 긴 여행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오
랜만에 내 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기분, 그런 기분
이다.
어쨌든 재미있게 잘 봤다.
그리고 사랑이 조금 더 무거워도 좋을 것 같단 느낌이 들
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