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12] 전화한 후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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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df2 ( Hit: 155 Vote: 1 )


1. 사실 전화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였다. 내가 전화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수면부족에다가 갑작스런 격한 일정으로 뻗어 잠이
들어버려서 전화를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그
의 전화에야 밤늑게 잠을 깨게 된것이다.

뭐 항상 그런 간단한 안부가 왔다 갔다 한후, 그가 나에게 보
인 반응은 상당히 의외였다. 저번의 일도 있었기 때문에 난 가
볍게 승낙을 받아 내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러지 못한 것
이다. 혹시나 내가 잘못짚었을 꺼란 생각이 일말의 의심이 머
리를 스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평상시 그의 행동으로 볼때,
그럴리는 없을 꺼란 생각이 한편에선 들었다.

여느 때와 같이 전화는 용건이 끝났음에도 계속 이어졌다. 개
강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의 일상과 그의 조언또한 평상시와 같
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행이도 갑작스런 통화두절에서 어렴
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아쉬움에서 다소간의 마음의 안정을 가
지자고 스스로 위안해 버렸다.


2. 사실, 화가 직설적으로 한두차례
이미 표현을 하였건만 전화를 한 순간에도 화가 식지는 않았었
다. 하지만, 평소에도 그랬듯이 이러한 나의 화는 전화로 계속
얘기를 하면서 서서히 풀려갔다. 어느새 나의 어조는 평상시와
같은 즐거운 음성이었고, 대화의 주제도 가벼운 것들로 바뀌어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부정에 사실 무척이나 당황이 되었다. 하지만,
방금 전과 같이 화가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았다. 그동안 겪어
왔던 여러가지 경험들과 마음의 준비는 그냥 그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이미 내 마음속 깊이 자리잡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미 존재했던,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단순히 재확인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훨씬더 의외의 결과 였음에도 그리
화가 나지 않았나 싶다.

영화를 즐겨 보는 이들 특히 추리물을 보는 이들에게 사건의 결
말이나 줄거리를 미리 알려주는 일들은 그들을 무척이나 화나게
만드는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줄거리나
결과를 미리 전부다 알고 있지만, 영화의 재미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마, 영화의 전개 그 자체에 푹 빠져서 영화를
보는 개인적 선호 때문일 것이리라.


The never ending story V.

[당찬12]


본문 내용은 9,30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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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