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부는 잊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서울행 버스를 탔다.
(그의 학교는 서울 가는 길로 한 40분 간 풍기라는 곳에서
다시 시골 구석으로 20분을 가야 나온다) 단양이다.
(단양은 위태롭게 높은 지역에 작은 시가가 있고, 그 높은
데서 더 높게 올라가면 사람 사는 곳이 나올 것만 같다. 그
의 학교는 단양에서 더 높은 곳으로 난 길을 따라 가야 나온
다고 설정되었다) 기왕 그의 학교 근처까지 간 김에 그에게
전화했다. 근처라고 만나자고 했다. 그는 왜인지 약간 병든
것 같은 목소리, 혹은 힘들어 하는 목소리로 만날 수 없다고
한다. 어디냐고 묻자 이렇게 저렇게 둘러대는데 말이 일치하
지가 않는다. 어디서 계속 그런 태도가 나오는지 '난 너랑 좀
더 편해지고 싶다'거나 '내가 그렇게 싫어?' 같은 말들도 했
던 것 같다. 나는 그를 만나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가
자기 이모집에 있다고 한다(그건 죽령재를 넘어야 나오는 영
주에 있다) 자전거를 타고 죽령을 넘었다. 그런데, 다시 전화
하면서 사실은 그가 학교 앞 자취집에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여전히 고집스런 태도로 그를 찾아간다.
그의 전화를 다른 여자가 받길래 한참 있었는데, 그가 나의
얘기를 그 여자에게 했는지 어떤 언니가 전화를 내게 주고 갔
다, 그 언니는 송어 양식장에서 사는데(?) 물이 넘칠까 나오지
못하고 그냥 찾아오는 사람들을 재워주기만 할 수 있다, 고 말
한다. 그 여자의 말을 듣고, 그가 내 고집스런 태도에 흔ㄷ들렸
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
지만 굳이 그의 집 근처에 일단 가기로 결심한다.
학교 근처 송어 양식장을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아까 꿈
의 도입부에서 봤던 단양 시가지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 입구로
간다. 길거리의 사람들 중에 남자와 아주머니 가운데 남자에게
길을 묻는다. 그가 짖궂은 얼굴 표정을 지으면서 가르쳐 준다.
그의 말을 따라 길을 찾아간다. 허름한 여관이며 집들이 슬램가
처럼 가득 차 있고 멀리 고층 아파트 한두 동이 우뚝 솟았다.
그가 가르쳐 준 길로 막 내려가려고 하는데, 송어 양식장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문득, 전화가 오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의
전화 같았는데 받지 못했다. 내가 다시 그에게 전화하는데 그의
핸드폰을 어떤 남자(혹은 마녀)가 받고 괴성을 지른다. 잠을 깬
다.
ps. 대신 전화받은 여자 라는 상징이 이 꿈에서 가장 중요한 부
분일 것 같고, 그 여자의 말을 잊어버린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