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제40회 정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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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74 Vote: 6 )

사랑,이란 말을 꺼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 가장 큰
문제 중에 한가지는 극단적인 자유를 추구함에도 이상하게
스스로의 관념에 얽매어 지낸다는 게다. 난 내가 만든 쓸데
없는 허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전에 읽은 장정
일의 보트하우스,라는 소설에서 아주 매력적인 여인이 자신
의 순결을 별 볼일 없는 외국인노동자에게 간단하게 줘버린
일을 난 기억한다.

007 Living Daylight,를 즐겁게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성훈과 선웅이었다. 술 한 잔 마시잔다, 자정 무렵에. --;

애초에 나가볼 생각이었다면 여성스러워졌다고 하는 진을
보러라도, 또 란희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라도 진작에 나갔을
게다. 그렇지만 나갈 생각이 없었다. 일단은 쉬고 싶었고,
끊임없는 잠은 차후의 문제가 된다.

그렇지만 나갔다. 친구의 술 한 잔 마시잔 제의를 거부할
만큼 난 매몰차지 못하다. 그러고 보면 난 정에 약한 편인
것 같다.

니기적니기적 대다가 25시 무렵 집을 나섰다. 담배가 떨어
져 술집을 폭파할지도 모른단 성훈의 거듭된 전화에 우리의
장엄하신 택시기사 아저씨께서는 끊임없이 밟으셨다. 그리하
여 요즘 툭 하면 찾는 스머프빤쭈와 똥자루,에 입성.

그곳에서 성훈과 용민, 선웅은 옆 테이블의 여인 둘을 어
떻하면 꼬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헌터계에
도 道가 있는 법이다. 대체적으로 아무리 괜찮은 여자라도
남자와 함께 있는 여인은 건들이지 않는 게 예법이다. 그런
데 성훈은 막무가내였다. 말리느라 정말 힘들었다. --;

27시, 영업시간이 끝나서 우리는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방황하는 신림동 여인들은 이제 모두들 안면이 있다. 그들과
헌팅하다 퇴자 맞은 것만 해도 수 백 번에 이르겠다. --;

우리는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술 마시는 법을 알지 못한다.
술을 마시면 뻑 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 채워지지
못한 심각한 공복감을 느끼게 된다. 며칠 전 사무실 직원들
과 맥주를 마신 적이 있다. 한 4병 가량 마셨는데 막상 사온
술이 떨어져 더 이상 마시지 못할 때는 상당히 아쉬웠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도 그 정도가 내
게 있어서 기분 좋을 정도의 술인가 보다. 그렇지만 이튿날
부족했던 술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대낮부터 소주를 마시기
시작하여 결국 깨어나 보니 집 침대 위에 뻗어있는 날 발견
하게 됐었다. 물론 그 사이에 일어났던, 황당무계한 일들 역
시 빼놓을 수 없겠고...

어쨌든 그리하여 우리는 형! 어디가,로 4차를 갔다. 그런
데 잠시 전화를 하고 온 사이 선웅은 집으로 사라져 버렸고,
용민은 뻗어있었다.

언제나 성훈과의 싸움이다. 이미 지난 3연승으로 酒神,의
타이틀은 획득해 놨다. 이제 남은 건 不死身,뿐. 성훈은 이
야기했다. 난 전혀 술에 취해있지 않았다. 이야기를 마친 성
훈은 그대로 자리에 뻗었다.

더 이상 인간계에서 내 적수를 찾는 일은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난 酒神이자 不死身이다. --; 충분히 술을 마시지
못해 욕구불만에 휩싸였다. 그렇지만 기분은 상당히 좋았다.

홀로 살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용민이 깨어났
다. 무거운 성훈을 힘겹게 들이 엎고 집으로 향했다. 시각
30시.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난 지금 전혀 술에 취해있지도 않고, 전혀 졸리지도 않고
있다. 말짱한 정신으로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후회할 걸 알
면서도 술에 취하고 싶다. 과연 누가 사랑할 자격이 있느냐
고 묻는다면 난 아무런 대답도 못할 것 같다.

이 미숙함을 빨리 걷어내고 싶다. 내 삶이 후회 없이 쓰여
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결혼도 해야겠다. 나 역시
10년 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있다. 애인에게 만족스런 사람이 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결혼
할 그녀에게 잘할 자신은 있다. 궁합이 좋으니까. --;

자야겠다. 시간이 많아지면 잡념도 많아진다. 효리가 진보
다 좋아지는 이 느낌을 쉽게 간과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기에. 이젠 자야겠다.






선웅 : 아마도 우리 모두가 네 슬픔을 들어줄 만큼 여유롭
지만은 않았나 보다. 그래서 헤픈 웃음을 그렇게 흘렸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시간, 나이, 세월이라는 게 그런 건가
보다. 거듭 말하지만 사랑은 수학과 같다고 생각한다.

성훈 : 4연승. 이제 더 이상 너와 酒爭을 하는 건 내 자존
심에 상처를 주게 된다. 내 상대는 오직 神뿐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고맙게 받으마. 혹 걱정이라도 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두마. 나 역시 내 자신이 현명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우리의 연이 왜 이렇게 되어야만 하
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이 운명이라면, 結者解
之다, 알고 있겠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난 시간
을 믿는다.

용민 : 집으로 향하는 길, 오랜만에 둘이 웃어본 것 같다.
너무하다는 그 아가씨의 말이 왠지 섹시하게 들리지 않느냐?
--; 충실히 관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고 있는 네게 감사
하고 있다. 다만 네 그 썰렁함만 없다면... 그것만 없다면
올 겨울은 보다 따뜻했을 텐데... 눈 좀 낮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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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은 9,17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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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