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살던 시절 일이니 아마 벌써 일년 가까이 되었을거다.
언제나 처럼 33-1번 버스를 타고 집에가는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탔다
기사 아저씨도 몸이 불편하지만 태워줬다.
- 안 그런 기사분도 많이 있지 ...
그런데, 그 장애인은 물건을 꺼내서 팔기 시작했다
기사 아저씨는 물건 팔꺼면 내리라고 다소 거칠게 나왔지만 그 사람은
꿋꿋이 물건을 팔았다.
지하철에서 구걸하거나 물건 파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버스에서 물건
파는 사람은 처음이었고 신기하고 호기심이 생겨 그를 유심히 지켜봤다
난 그때 앉아 있었고 나에게도 그가 물건을 줬다.
뒤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는 "이봐요. 지하철로 가야지. 버스는 힘들어요"
하면서 물건을 사면서 몇천원을 더 주셨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 돈을 뿌
리쳤다.
솔직히 그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심한 거부감이 생겼다.
난 언제나 장애인에 대해 편견없이 대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나의 착각이고 위선이란걸 깨달았다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
실제 구걸하는 장애인중 돈을 주지 않으면 지하철 바닥에 드러누워버
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며 "저러니 사람들이 장애인을 혐오하지"라는 편견이
생겨난걸 부정하진 못한다.
하지만...
언젠가 지하철 승객들에게 물건을 줬을때 물건이 어떻게 해서 떨어졌
다. 저절로 떨어졌는지 아이의 장난으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은 다소 화난 모습으로 팔장끼고 아이 혹은 아이의 어머니에게 물
건을 집어서 달라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 적어도 내가 보기엔 )
아이의 어머니는 도대체 그 사람이 왜 자기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지도 모르고 돈 몇푼 줘서 보내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그대로 서 있었
다. 그는 돈이 아닌 다른걸 원했을꺼다....
하지만,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옛날 얘기가 떠오르는건 아는 사람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
면서 졸지에 고아가 되어 버린 사람이 있는데 그의 여동생 역시 장애
를 가지고 있고 평생 장애시설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뭐...
결론은 자신은 평소에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결국 실제 맞이하면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ps. 지금도 궁금한건 그는 왜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택했을까 ?
지하철이 물건 팔기엔 더 좋은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