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qi] 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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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객기 ( Hit: 662 Vote: 66 )

참으로 불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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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의 4강전이 열린 6월 25일...

그 날은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날이자...
우리 나라 최초의 세계챔피언 김기수가 탄생한 날이다...

전국에서 길거리 응원에 나선 기백만의 시민들과...
집에서, 직장에서 TV를 보았을 수백만의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에 열심히 산업전선에 뛰어들었을 사람들...

그러나...

귀빈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난 분개하였다...

왜?

참전용사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더란 말이냐?
원로 축구인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더란 말이냐?

우리는 터키를 혈맹이라 한다...
한국전쟁 당시 병력을 보내 남측을 도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3,4위 전을 혈맹의 승리라고도 한다...
터키 경기가 있을 때는 합참의장이 나가 응원하면서 관전하는 것도 봤다...

그런데?

왜 정작 우리 땅을 지켰던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는가?
이 땅을 피흘려 지켰던 분들에 대한 성의는 왜 보이지 않는가?

북쪽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구?
그건 누구나 다 안다...
오히려 그 분들이 더 잘 안다...

하지만 서로 총질하던 상황에서 결국 서로 살기 위해 총을 잡았다...
그것이 가슴아픈 우리의 역사였다...
그래서 이제 그것을 넘어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명제다...
오죽하면 그래서 광주에 분탕질을 한 전두환도 살리고...
이 땅의 경제를 곤죽으로 만든 김영삼도 살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귀빈석에서 말 없이 관전하면서도...
정작 참전용사 분들에 대한 배려는 없는가?
누구 하나 그런 데 대한 입바른 소리도 하지 않았다...

심히 불편하고 불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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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월드컵 당시 홍덕영 옹께서는 16골을 먹고 가슴에 피멍이 들어..."

우리의 원로 축구인들께서는 전쟁통에 연습도 못하고 월드컵에 나갔다...
돈이 없어 미군한테, 프랑스 상선에, 얹혀서 갔다...
도착하니 개막식이고 담 날이 경긴데 뭔 놈의 현지적응?

덕분에 우리에게 아홉 골씩 집어넣은 헝가리 팀에서는...
그 해에 11골인가로 득점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래도 그 분들은 정말 최선을 다 했다...
이승만의 말도 안 되는 극언, "일본에 지면 현해탄에 몸을 던지라"는 말에...
그분들은 묵묵히 각서를 썼고 약속을 지켰다...

홈팀 일본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도 5:1, 1:1로 1승 1무를 한 것이다...
심판 판정? 그에 관한 문제는 뒷전이다...
실력으로 당당히 거둔 결과다...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축구가 있다...

그러나...

그 분들 중에 귀빈석에서 축구를 관전한 분은 단 한 분도 없는 것으로 안다...
국회의원들에게 공짜로 표를 보낼 생각을 했을는지는 몰라도...
정작 원로 축구인들에 대한 배려는 전무하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축구협회는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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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서울 상암구장에는...

김대중 대통령 내외를 비롯,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를 비롯하여...
블래터 FIFA 회장과 정몽준 FIFA 부회장 등이 함께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귀빈들은 없었다...

적어도 이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이들이 정말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면...
마땅히 그런 말을 해야 했고, 실천으로 옮겼어야 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회창이 정말 서민들과 함께하는 후보가 되고자 했다면...
마땅히 자신의 옆자리에 참전용사를 모셔야 했다...
노무현이 진정한 대안이 되고자 했다면...
자기 옆에 원로 축구인들을 모시고 함께 해야 했다...
정몽준이 정말 대권을 통해 이 나라를 발전시키고자 생각했다면...
국회의원 이전에 이런 분들께 공짜 표를 드리는 게 옳았다...

과연 그들이 그리 하였던가?
그들이 과연 이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역량이 있는 자들이던가?

그래서 이 땅의 정치가 아직 그것 뿐이 안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는 마땅히 그런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보수가 되어 나라를 지킨다던 이들 역시 침묵하였다...
한겨레는 정말 그런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땅을 밝히는 진보정론이라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 땅의 언론은 아직도 그 수준을 못 벗어나는 게다...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끌어 온 것은 엘리트일는지 모르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한 4천 7백만의 한국인들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일이다...

조국이 그들에게 해 준 것 하나 없지만...
조국의 승리에 너나없이 기뻐하고 하나가 되는 천만 재외동포를 생각하라...
과연 조국이 이런 식으로 배반하는 것이 옳은지를...

나는 토요일에 거리로 나간다...
대구 동성로가 되든, 서울 광화문이 되든...
나가서 붉은 악마와 함께 하리라...

그리고 그 시간에도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수많은 분들께 감사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목청껏 부르고 말리라...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기에 말이다...


본문 내용은 8,27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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