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나의 변론을 시작해보려네.
이것은 그대의 말씀에 대한 반론인 동시에,
내가 진즉 십여 년을 쓰려고 맘만 먹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 첫 장이네.
누누히 말하지만,
이것은 노무현이나 열린우리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세.
무슨 말이냐.
성경에 보면 복음편에 이런 말씀이 나오지.
바리세인(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로마에 세금을 내니 마니 예수에게 물으니,
우리 똑똑발랄한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예수 : "자, 이 금화, 반짝반짝 이쁘기도 하지. 여기 새겨진 사람 누구게여?"
바리세 : "당근 케사르지요..."
예수 :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케사르의 것은 케사르에게. 오케?"
바리세 : "오..."
자, 이 중간에 삽입될만한 이야기를 넣어보도록 하자.
예수 : "자, 이 금화, 반짝반짝 이쁘기도 하지. 여기 새겨진 사람 누구게여?"
바리세 : "(바보아냐?) 당근 케사르지..."
예수 : "그럼 케사르가 새겨진 이 금화는 로마제겠져?"
바리세 : "(어라, 저 사람 천재라더니 오늘 분위기 거시기네...)당근..."
예수 : "하느님 말씀에 당근 만물엔 주인에게 돌아감이 섭리인 즉,"
바리세 : "?"
예수 : "하느님 것은 하느님에게 돌리고, 케사르의 것은 케사르에게 돌리시라. 오케?"
바리세 : "오... (멋지군. 그럼 세금 내는 것 합법. 죠아. 헤헤헤)"
내가 그들에게 웨 빨갱이라고 했는가는 바로 이 대화에 숨어있다.
"북한도 파쇼 국가지만 남한은 북한과 별개의 또다른 파쇼 국가이므로 빨갱이 파쇼에 대한 적개가 백색 파쇼에 대한 옹호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
경원의 글 중에 나오는 대로,
이 땅에는 "분명" 파쇼적인 속성이 있다.
파쇼.
그 말을 나는 좀더 쉽고 분명한 한 마디의 우리말로 바꾼 것 뿐이다.
"빨갱이"
자, 우리 어린 시절,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두려워하던 말이 빨갱이였던가.
지금도 내가 전철에서 "한민자 저 빨갱이 개쉐이..."만 해도,
전철간이 삽시간에 침묵 그 자체로 변하는 현상이 바로 그의 산증이다.
빨갱이는 대한민국의 적이다.
빨갱이는 대한민국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공대천의 적이요,
빨갱이는 그 이름만으로도 울던 아이 뚝 그치게 만드는 그런 이름이었다.
친구의 부모님이나 나의 부모님이나 평범한 소시민이었으되,
시대 잘 못 만나서 공부 열심히 할 기회 놓쳤을 수 다분하고,
그래서 세상 잘 살아가려면 공부 잘 해서 출세해야 한다 믿으셨고,
자식에게 폭발적인 에너지 불어넣으며 공부시켰고.
우리, 그래서 대학가서 정신차리고,
왜 이노므 세상이 이 지랄인가 고민하고 책 읽고 보니,
파쇼적인 요소가 졸라리 많더라 이거지, 대한민국에.
"학.운.권의 파쇼는 걔네 고유의 것이 아니라 병영사회화 된 한국 문화의 영향을, 학.운도 반성없이 고스란히 가져간 거라고 봐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병영사회, 파쇼 사회의 책임은 상당 부분 공교육과 군대가 져야 하고, 어느 쪽이나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부 권위주의 정권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본다."
말씀 잘 했어, 친구.
그런데, 운동권이나 공교육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겠어.
우선은 내 이야기의 핵심에서 운동권은 솔직히 언저리기 때문이거덩.
오히려, 한국의 역대정권에서 파쇼적인 움직임이 태동되었다.
맞고 타당한 분석이라고 생각하이.
다만,
케사르의 것을 케사르에게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라는 예수님 말씀 따라서,
나는 그 파쇼 문화의 상징인 "빨갱이"란 이름을 그들에게 돌려주려는 것 뿐일세.
보는 방향이 좀 많이 다르다네.
열린우리당? 노무현?
난 솔직히 관심 밖이네.
그보다는 이 나라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을 한 것 뿐일세.
누구도 열린우리당이 대안이라, 대항마라 생각치 않네.
다만,
그들이 사형선고를 내리고 그들이 빨갱이라 지칭한,
DJ 대통령의 후계들과 손을 잡고 노무현을 탄핵한 행동이야말로,
그리고 그것을 빨갱이가 불공대천의 적인 메이저언론에서 충동질한 것만으로도,
그들은 그들이 그간 말해온 정체성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그들이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사상문제를 조장하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짜장인지,
이 참에 함 비웃어주자 함일세.
빨갱이란 말로 다시 돌아가서,
빨갱이가 누구던가?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우리를 못 살게 하고,
통일을 막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국민의 공적" 아니겠는가?
그들이 지금은 국회라는 말일세.
솔직히 말해서,
다음에 다시 자세히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나라에서 가장 혁명적인 보수정권은 박정권이었네.
신군부,
다시 말해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라는 거,
까놓고 말하면 박통 때 육사 들어간 애들인 거고,
그 넘들이 국가 기간 시스템을 힘으로 푸시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
그래서 그 넘들은 태생의 한계로 인해 박정권을 부정해야 했는데,
거기서 "빨갱이"라 부를만한 태동적 포인트들이 생겨나는 것이지.
우리 박통 각하는 아시다시피 만군 출신에 형님이 남로당이셨다지.
그러니 좌익 성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그래서 군 정보당국에 체포된 후 전향해서 살아남고,
6.25 동안에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지.
그러나 박통 집권 기간 중 그가 좌익적으로 한 정치행태가,
과연 얼마나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국민의 반발이 있었을까?
내가 볼 때는 전혀 불가능했다고 보네.
혁명공약 1조에 "반공을 국시의 제 1로 삼고..."
그 말은 미국을 겨냥한 것과 동시에 자신을 겨냥한 것이지.
이제는 "반공"이라는 컨셉에 맞춰 이 땅을 다스리겠다는.
그것은 대한민국이,
"빨갱이와는 불공대천"이라는 컨셉을 갖고 있음을,
또한 스스로 반증한 것이야.
그래서 박정권에서 일어난 각종 간첩단 사건도 많거니와,
그를 빨갱이라 부를 수 없도록 하는 정치적 액션도 많았지.
신군부는 그걸 모두 뒤집었네.
박정권에 대해 평가내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네.
그러면서 그들은 박정권을 가능한 한,
어둠의 정권이자 구시대적 유물로 규정했다네.
그것은,
그들의 태생적 한계이자,
그나마 이 나라의 시대정신이 살아숨쉬던,
개발독재 시기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일이네.
가능하다고 보는가?
파쇼적이니 하는 게 아니라 직관적인 관점으로 묻는 걸세.
전두환, 노태우가 한 일이라고는,
박정권이 드라이브한 정책을 관리하는,
요즘 말로 머시기냐 "선량한 관리자" 수준이었다는 걸세.
그나마도 못하면 역적이 되겠으나.
자신들이 부정하는 정권의 정책을 선량하게 관리하는 정권은,
그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지 알만하잖겠는가?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60년대 개발기간에 돋보였던 도농간 소득격차 감소정책이라는 것이,
70년대 들어서 유신을 맞으면서 사실상 붕괴되지 않았었나.
그런데 그에 대한 정책이 개발되어야 했던 80~90년대에도,
이들은 그걸 무시하고 그냥 저곡가, 저평가된 농업경제운영을 강요했네.
"선량한 관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그리하여, 여촌야도였던 투표성향이 지역주의적으로 심화되어도
(물론 지역감정의 시작이 71년 이효상 당시 의장의 망발임은 나도 아네만)
그들은 단지 그것을 즐겼을 뿐이라고.
FTA도,
김용갑이 총무처 장관하던 8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었던 것으로 아네만,
(알다시피 한국 테크노크라트들, 생각보다 좀 되바라지긴 하지.)
선거에 휩쓸려 10년이 넘게 비끄러져왔고,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정권은 그것을 단지 처리하였을 뿐이네.
박정권부터 충실히 일한 수많은 관료조직에,
노무현이란 그저 눈엣가시일 밖에.
윤덕홍이 교육부 관료들 사이에서 "빨갱이"로 취급받았던 것이나,
그래서 물러난 뒤 "교육부에서 매장당했다"고 토로한 것도 그 짝일 세.
이해찬 역시 "교육부에서 매장당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은 그를 백업할만한 사람들이 없단 말이지.
오죽하면 안병영 같은 사람이 나와서 자율학습, 0교시를 부활하리요.
부안이니 머니 하는 현안도 대부분 10년을 넘게 끌어온 태생의 한계요,
절반은 DJ 정권 후반에 슬렁슬렁 뒤로 미룬 것들이라지.
진정한 포퓰리즘이라면 이번에도 미뤄버리면 되네.
하지만, 더 미루면 죽는 건 국민일 뿐이고, 나라는 더 썩네.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정권에 총대매는 건 외려 다행이라 생각해.
내가 노무현이 백 가지 맘에 다 안 들어도 하나 맘에 든다면,
되든 안 되든 일을 처리하려는 노력은 한다는 거지.
국회나 관료나 DJ정권 이래 정권에 협력하는 것을 금기로 따지네.
이원복 교수가 서울대 동문회에서 나라 망했다고 울었다느니 하는 이야기,
굳이 되풀이할 필요는 없겠지...
개혁 드라이브가 멈춘 것은,
입법부가 아니라,
이 나라 관료사회 전체가 싫어하기 때문임을 나는 확신하네.
적어도 내가 군대 생활 중 보았던 장면에서,
상당히 많은 증거를 찾을 수 있다네.
한민자 공조는 똑같은 (계급적 배경을 가진) 존재라는 걸 반증한다는,
진중권씨의 답은 아주 탁월한 답이네.
그러므로 그들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서로 공생했고,
이는 그들이 국민의 적, "빨갱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된다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증거지.
당근, 열린우리당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 하여 이 사회가,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혹은 그보다 더 급진개혁성향의 정치세력을 받아들여야 할까?
불미하게도,
"Shadow Cabinet"조차 없는 그들을 대항마로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네.
무엇보다,
"빨갱이를 원치 않는" 국민들의 관념이 그렇게 못할 것일세.
나 역시도 열린우리당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치 않네.
하지만,
"빨갱이와는 불공대천"인 내 소신에 비추어보건대,
너무나 급진적인 민주노동당, 사회당에 대해,
또한 그들이 학생운동권에서 파생된 점을 생각함에 있어,
내가 손을 들어주리라 생각치 않네.
나는 직장인이요, 자본주의를 신뢰하는 사람이네.
직업 특성상 마케팅을 다루고 전략을 분석하며,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게 일이라 그런지,
대안이 없으면 믿을 수 없는 것이 보통이네.
최소한,
지금에 있어선,
움직이지 않는 관료를 움직이게 하는 데 있어,
열린우리당이 한시적인 입장에서 최적의 대안이라 여기는 것 뿐일세.
"한민자가 빨갱이이기 때문에."
지금의 한나라당 출신 중 상당수가 5, 6공에 데뷔한 사람들이요,
민주당 출신들의 경우 DJ 추종세력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바,
이들은 결국 따지고 들면, 박정권을 부정한 난신적자라 할 수 있지.
하지만, 한국의 역사에 있어,
박정권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고,
(다른 건 다 떠나더라도 실제 수행된) 그들의 정책이나 입장을 감안한다면,
이들은 대한민국의 "30년"을 부정한 인물들이네.
내 어찌 이들을 "빨갱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야말로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인데.
보수주의자들의 시선 속에서,
박정권에 대한 향수와 자신감과는 달리,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대해서는 안좋은 추억들이 더 많음을 안다네.
결국 그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케 됨이요,
그는 결국, 작금의 탄핵정국을 보는 관점을 다르게 만들지.
"빨갱이" 대 "시민"
만일, 한나라나 민주당의 관점이 맞다면,
4700만 국민 모두는 빨갱이요,
그렇다면 그들은 역적이네.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했으니,
국민의 뜻을 저버린 자들은 난신적자요 역적이겠지.
그러나 그럴 수는 없네.
스티붕 유 사건 때 국민은 스티붕을 처결했네.
군대에 가라고 말이지.
국민은 법을 지키라 했고,
되든 안 되든, 법이 있어 지킴은 모두가 똑같다 판결하였어.
그것이 파쇼적인가?
이회창씨의 두 아들에 대해서 벌인 똑같은 판결은,
그럼 머라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이 빨갱이가 아님은 그로써 입증된다네.
그렇다 하면 저들 한민자 야합이야말로,
국민의 뜻을 말살하고 억압하려는 진정한 빨갱이가 아니겠는가.
나는 이제 그대와의 논의 속에서,
"빨갱이"라는 이름을 그들에게 돌려주고자 하네.
이 사회를 다시 파쇼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파쇼적인 사고구조와 틀로 그들의 파쇼성향을 질타하려 함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