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너의 "빨갱이"가 문학적 수사라면 대부분의 이야기는 동의해. (한동안은 좀 착각을 했었고.. 솔직히 읽기 어려웠지..) 다만 민주노동당이 급진좌파 정당이거나 학운권에서 파생되었다는 얘기는 아직 동의하기 어렵고.. 노무현 정권의 그 "일처리"가 기존 정당들의 경향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노무현 = 개혁 이라는 등식이 사실은 "노무현 = 어쩔 수 없는 양보의 적정선"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좀 쓰자면.. "빨갱이"가 파쇼지만 그건 그 집단이 파쇼라는 게 아니라 이른바 "빨갱이" 레테르를 붙이는 작태가 파쇼라고 생각해. 간첩이 파쇼가 아니라 "간첩"을 신고하라는 국정원 광고가 지하철 방송이며 길거리 표지판에 붙어 있다는 것 자체가 파쇼라고 봐. 뭐 말 꺼내면 "빨갱이"라고 몰아붙여서 그게 옳은지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기회도 없이 무조건 복종하게끔 길들여지는 거, 그래서 언제나 움츠려 들고 눈치보게 만드는 것 자체가 파쇼라고 봐.
학살조차도 "빨갱이" 앞에 우익들은 할 말이 없지. 이승만은 한강 다리 끊고 도망간 주제에 돌아와서는 도망 못 가서 마지못해 일해준 서울 시민들 부역자로 몰아 학살하고, 것도 모자라 그 가족까지 연좌제 걸어서 80년대까지 우려먹었지.. 보도연맹이란 이름을 걸고 청산한(된) 빨갱이부터 보리쌀 몇 말 얻으려고 등록한 사람들까지, 남한 군경과 우익청년단체들이 수십만명을 학살했지..
그 "반공" 논리란 게 일제 때 판치던 기회주의자들("꺼삐딴 리"처럼)이 살아 남게 해준 것인데, 민족반역자들까지 "반공" 탈 뒤집어 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까진, 빨갱이 싫어한 일제가 공교육 통해서 심어놓은"반공 프로그램이 작동 안 했을까?
응수의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반박하고 싶은 건 박정희에 관한 평가인데. 사실 박정희 "상징"이 응수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몰라서 말하긴 좀 조심스럽다. 다만 나는.. 박정희가 한국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다는 통념도 대체로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단적인 예가 박정희 = 자주국방 or 경제발전이라는 그릇된 통념이구), 박정희가 가져온 해악은 정말 광범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또 구체적인 행각들도 인혁당 사건 하나만 하더라도(여러 사람에 대한 명백한 사법 살인) 박정희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도저히 없다고 생각하는데, 인혁당 사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