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무-"
펌프에서 쏟아지는 물을 만지며 8살의 어린 소녀가 짐승처럼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소녀의 손바닥에 선생님이 '물'이라는 낱말을 써 주었습니다.
태어난지 19개월만에 장님에, 귀머거리에, 벙어리가 되었던 소녀는 1887년 4월 5일 그 날 이후 그 모든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위대한 여인이 되었습니다. 그 소녀의 이름은 헬렌 켈러, 자신도 반(半)시각장애인이었던 선생님의 이름은 애니 설리번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고나서 아버지에 의해 버림받은 아일랜드 출신의 애니 설리번은 빈민보호시설에 있을 때 시력에 문제가 생겨 결국 반(半)시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빈민보호시설에 같이 있던 그녀의 친구들 중 상당수는 창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빈민보호시설에 조사관이 왔을 때 앞이 그저 뿌옇게 보여 사람도 잘 구분하지 못하면서도 조사관 앞으로 달려가 그녀는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외쳤습니다. 그 덕분에 그녀는 특수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마친 그녀는 한마리 짐승에 불과했던 헬렌 켈러라는 아이의 가정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이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헬렌 켈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내용은 1962년 '기적을 일으킨 사람(The Miracle Worker)'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아카데미상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헬렌 켈러에 관한 그 이후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후 헬렌 켈러는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맹인을 위해 알파벳을 단순화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만 치료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통해 그녀는 맹인이 전 계급에 무차별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층계급에 모여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자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산업재해로 맹인이 되고, 창녀가 된 가난한 여성들은 매독으로 인해 맹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계급의 존재가 인간에게 기회를 다르게 준다는 사실을, 때로는 장님이 되느냐, 마느냐의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헬렌 켈러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사회적 장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어린 시절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극복했듯이 그 장애도 극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사회주의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 공장과 인구가 밀집한 빈민가를 방문했다. 볼 수 없을지라도 냄새를 맡을 수는 있다."
그러자 그 전까지 헬렌을 살아있는 기적으로 칭송하던 언론과 사회가 이제는 그녀를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헬렌에게 최대의 칭송을 보냈던 '이글(Eagle)'의 브루클린 편집장은 "그녀에게 있어 문제점은 발육의 분명한 한계-헬렌이 장님이자 귀머거리인 사실을 지적한 것-로부터 유래되었다."라고까지 썼습니다.
하지만 헬렌은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오, 우스꽝스러운 '이글'이여! ('이글'이) 사회적으로 장님과 귀머거리가 되어서(사회 돌아가는 상황에 눈과 귀를 닫아서), 신체적인 장님과 귀머거리의 원인이 되고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신체적인 장애를 양산하는 셈이 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막으려고 노력하는 참을 수 없는 제도를 옹호하고 있다니!"
그로부터 10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헬렌이 지적한 사회적 장님과 귀머거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며 노동귀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사회적 장님과 귀머거리분들이 계십니다. 서로를 마치 원수처럼 대하는 조선일보와 노무현 대통령이 이 점에서는 너무나도 궁합이 잘 맞는 한쌍의 부부입니다.
민중운동과 진보세력의 성장을 막기 위해 미국과 수구세력, 보수세력이 힘을 합친 보수대연합의 틀 속에서 움직이는 열린우리당이 수구세력을 척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적 장님과 귀머거리분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은 열린우리당이 수구세력을 영입하고 입당시키고 공천까지 주는 현실을 애써 외면합니다. 그리고 진짜로 수구세력을 척결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민중운동의 성장을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2004년 대한민국에 헬렌 켈러가 나타난다면 다음과 같이 외칠 것입니다.
"오, 우스꽝스러운 당신이여! 사회적으로 장님과 귀머거리가 되어서 신체적인 장님과 귀머거리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막으려고 노력하는 참을 수 없는 제도를 옹호하고 있다니! 그리고 그 참을 수 없는 제도를 지키려는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있다니!"
'') 으음 그랬구나. 그래도 어제 늦게라도 얼굴 봤으니 다행 ^-^)/
일요일에도 일해야 하다니 ㅠ-ㅠ
나도 작년까지는 공휴일 몽땅 반납하고 일했었는데,
이번엔 아무리 바빠도 일요일만큼은 어떻게든 쉬려고 하는데 모르지 막판 되면 나와서 일해야 할지도 -0-;;
아..어여 책 끝나고 널럴해졌으면 좋겠다
2003-04-28 09:45:39
이오십
아라...분위기 많이 바꼈더라
이제 아가씨같아....ㅡ.ㅡ
2003-04-29 18:39:28
minny
여전하군 난데없는 리플은 ㅋㅋㅋ
2004-04-04 19:48:38
rani
훔...
2004-04-06 19:24:37
yahon
Good!
2004-04-06 23:36:14
achor
내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까닭은 열린우리당 수준의 개혁을 지지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나는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유시민쪽의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지지파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정책에 대한 견해나 성향이 민주노동당과 흡사한 면이 다수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추구해갈 점진적인 개혁에 오히려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는 셈이야. 곧 가고 싶은 길은 비슷하다 해도 그 가는 과정만큼은 열린우리당이 더욱 잘 해낼 것이라 보고 있어.
나는 정치에 있어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친일파나 군부세력 등의 수구세력과는 그럴 필요 없이 완전 단절이 맞다고 봐. 열린우리당,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잘못된 점이 없잖아 있기도 하지만 그런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만큼 희망적인 정치 세력이라 확신한단다.
사회적인 안정을 보다 생각하는 것이나 혹은 그 과정이 다소 느리다고 해서 수구세력이라거나 보수세력으로 몰 필요는 없겠고, 코끼리의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를 잘못 파악하는, 일면으로 전체를 왜곡시키는 오류는 범할 필요도 없겠지.
2004-04-07 04:42:47
경원
사회적 장님.. 그 글귀 의식하고 올렸던 건 아닌데 올리고 보니 뜻하지 않게 싸가지 없는 글이 되어버렸네 ^^;; 미안하구.. 다만.. 열린우리당의 정치 활동이나 인적 구성이 도대체 보수 3당과 뭐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던데. 그리고 하나 더.. 한나라당 이번에 안 없어질 거라고 보고, 열린우리당이 4년간 삽질하면, 그 표 다시 한나라당으로 갈 공산이 높아서, 안 그러려면 무슨 일 있어도 이번에 진보정당이 유의미한 의석수로 원내 진입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비판적 지지, 반수구연대 운운은 이번엔 타이밍이 아니라고 봐.
나는 열린우리당이 권력의 새로운 지배전략에 부합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해서-민의로부터 나오는 상향식 정당이 아니라-이른바 그 완만한 개혁(있기나 했다면)의 한계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보고, 단순히 과정이 느린 것이 아니라 이른바 "개혁"의 동기 자체가 민주노동당이나 녹색사민당 등과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