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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원 ( Hit: 1333 Vote: 141 )


선거는 끝났다. 작년 2학기에 원래 전자회로 1을 들었어야 했다. 트랜지스터 소자의 기본을 배우는 거고. 그리고 나면 흔한 회로들 좀더 해석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그럴 실력은 아니고. 그렇다고 회로이론을 열심히 들었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프로젝 준비하면서 인터넷에 아이템들 돌아보며 회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기는 하다. 나는.. 공부할 때 항상 그것만 알면 나머지는 혼자서도 유도할 수 있는 핵심을 먼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거기 시간 대부분 들이고-, 그거 끝나면 그 범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만 다루게 된다. 낯선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할 수 있는 한 충분히 공부하고, 그래도 모르는 거면 남들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생소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태껏 그런 방식이 항상 효과가 좋았던 것 같고.. 근데 프로젝은 그렇지 못하다. 딴 학교 졸작들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인터넷 풀에서 카피된 코드, 회로들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이 이 회로, 이 코드를 어쩌면 제대로 이해조차 못 하고 졸작을 건드렸구나 싶기도 하고. 설령 이해했다 하더라도 깊게는 아니고, 무조건 이 정리는 된다, 라는 가정 하에 스스로도 미심쩍어 하면서 삽질을 했구나 싶다.

2. 선거 끝나고 내려오는데, 어떤 기계과 3학년이, "서울대 폐지론" 얘기 한다고 민주노동당을 비웃는다. 어이가 없다. 서울대 폐지론.. 그거 서울대 내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그 분위기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내가 볼 때는. 하루 열 몇 시간씩 학원과 학교를 거치며 불안하게 의미 없는 삽질하고, 교사한테 얻어맞고, 동기나 선배들 폭력에 무방비 노출되고.. 이런 잡다한 불합리, 근본에서 해결하려면 학벌 사회 철폐밖에 없다.

우리네 학교 무한 경쟁이지만, 무한 경쟁해서 효율성 높아졌는가? 음악에 재능 있어도 입시 상황 하에서 사장된다. 그렇게 사장되는, 자기 고유의 재능 가진 사람 좀 많겠는가? 그 재능들을 사장시키고, 사람들 삶을 메마르게 하는 거, 그거 다 입시 상황 때문이다. 그리고 입시 상황은 왜 있는가? 학벌을 입시로 주고, 학벌이 현실에서의 지위랑 연결된다고, 그리고 그 줄 못 타면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 아닐까?

차라리, 대학교 다 대충 비슷하게 만들고, 아니 적어도 나와서 누릴 사회적 대우 만큼은 비슷하게 만들고, 부담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 하게 하면 어떨까?

사람이.. 강제 없어도 뭔가 하려 하느냐, 아니냐.. 여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창조할 충동을 누구나 갖고 있다면, 좀더 자유로운 상황이 되면, 고등학교 때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 해보고 책 읽을 것이다. 사회복지학과 가기 전에 이미 준사회복지사 될 것이고, 전기공학부 오기 전에 이미 알만큼 비슷하게 알고 올 것이고... 대학에서도 자기 하고 싶은 일, 부담없이 모르면 서로 묻고 협동해 가며 해나가지 않을까?

대학 평준화, 이렇게 하자는 주장이다. 사람들 믿고, 사람들 가만 냅둬도 백수짓은 쉽게 못할 거라 믿고, 자기 창조적 충동 실현하려 들거라 믿고,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창조적 충동 실현할수록 사회가 효율적이라고 믿고...

서울대 폐지? 대학 평준화로 나아가는 단기 처방이다. 서울대 애들, 운 좋아서 입시 상황에 살아남은 자가 되었지만 쓸데없는 낭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완벽하지 못할까 스트레스, 업무 처리 못하면 낮아지는 존재감.. 그리고 나는 경쟁을 해도 남들 재능 죽이고 쭉정이랑 붙는 것보다, 다 같이 깨끗하게 공정한 상태로 경쟁하고 싶고 그래도 자신이 있다.

본문 내용은 7,62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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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십
늙어서 그런게 아니고 원래 좀 쌀쌀하기도 해
니가 무슨 청춘이라고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냐?
몇년만인지 모르겠네

 2003-05-02 11:56:07    
경원
오랜만이네.. 잘 살았어?

 2003-05-02 14:19:24    
yahon
대학 못나오면 인간취급도 못받는 상황이 아니라 정말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가는 사람이나 고등학교 나와고 손재주 좋아서 공장취직해서 일하는 사람이나 편견없이 동일하게 대접받을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지 학벌 문제 없어지리라고 생각해.
일하면서 가끔 서울대 출신들 보는데 솔직히 갑갑한적도 있었거든 그럴수록 불합리한면만 보게되고..이권 포기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상태로 경쟁하고 싶다니 멋지다.

 2004-04-16 10:44:29    
yahon
RC(명칭이 이게 맞나?) 잘 만들고 다 만들면 보여줘~ 나도 그런거 무지 관심 많았거든 ^^

 2004-04-16 10: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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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