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간 6번째 날이었다.
드디어 난 쓰러지고 말았다.
성훈이네서 엠티에 관해 얘기를 하곤,
성훈이 끓인 라면을 먹곤 학원으로 간 것이 실수였다.
아마도 이 사악한 성훈이 라면에 수면제를 넣은 듯...
너무도 졸렸다.
이미 빨강머리에다가 수업에 늦어서 팍 퉜었는데,
게다가 꾸벅꾸벅 졸았으니 얼마나 쪽팔린 일이겠는가!
잠시 쉬는 동안 난 250ml짜리 게토레이를 사 마셨다.
시원하였다.
그리곤 수업은 재개되었고,
나만의 수면도 재개되었다.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수업이 끝나있었다.
집에 갈 것이 걱정이었다.
아~ 빨강머리!!!
난 시간을 때워야 했다.
다들 주무실 때 조용히 들어가야 한다는 철저한 계획하에
난 다시 366ml짜리 파워에이드를 사 마셨다.
백원 차이에 무려 116ml라는 엄청난 양의 차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구의 부피를 배우면서 수박을 살 때 큰 것을 사랬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아무 강의실이나 들어갔다.
오늘은 이벤트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무렵
아니나 다를까 들이 닥치는 수위!
"다덜 나가!!!"
짐을 싸들곤 수위를 야리며 학원을 나왔다.
여전히 오뎅가게를 멤돌며 어느 곳으로 갈까 생각할 때,
한 아주머니가 날 불렀다.
"학상~ 일루왓!"
그래도 날 찾는 사람이 있기에 그리로 갔다.
무려 오뎅을 한 개씩이나 더 주셨다.
거리를 헤메다가 지하철 역에 정착했다.
의자가 4개 있었다.
제일은행 마크의 엄지손가락이 뒷 벽을 꾸미고 있었고,
난 그 네 의자 중에서 그 엄지손가락이 있는 의자에 앉으려 했다.
그러나 불행이도 그 엄지손가락은 네 의자의 정 가운데에 있었다.
결국 난 가장 왼편의 의자에 앉았다.
오른편 의자 옆에 쓰레기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보았다.
난 의자에 앉아 전철들을 보았다.
난 의자에 앉아 밤풍경을 보았다.
전철이 지나갔다.
난 놓쳤다.
전철이 또 지나갔다.
난 또 놓쳤다.
세번째 전철이 오기에 난 이번엔 타겠다는 생각을 하며,
변하고 있는 다음전철안내판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 안내판이 고장난 것이었다.
그러하기에 난 세번째 전철을 타지 못했고,
계획과 달리 한 대를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다른 여인 2명이 같이 지나갔다.
한명은 키가 아주 크고, 아주 짙은 화장과 섹시한 옷차림이었고,
다른 한명은 키가 아주 작고, 아주 옅은 화장과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난 그 둘이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들을 난 역에 오면서 만났다.
그들을 난 역에서 만났다.
그들을 난 전철에서 만났다.
세번 만났다.
창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빨강머리가 아니었다.
문은 열리고 사람들은 탔다.
아주머니들이 많이들 타셨다.
어디 다녀오신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전철 한복판에 둥글게 주저앉고 마셨다.
그리곤 빈자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시곤 하셨다.
그들에겐 그 자리 하나가 내가 알지 못할 만큼 중요한 것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내게 통신이 중요한 것은 비통신인이 모르는 것처럼...
난 알고 있었다.
내가 실제로 했던 생각들이 이 글을 쓰면서 많이 왜곡되고, 생략될 것이란 점을..
역시 그러하였다.
이것은 당시의 내 생각이 아니다.
이미 지금의 나에 의해 재 편집되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본다.
ps. 그리곤 학원 씨리즈의 제목에서 한 자리를 빼어버렸다.
난 결코 세자리동안씩이나 학원을 다니진 못할 것 같다.
자랑찬 칼사사 무적 두목
純我神話 건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