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이다.
1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술을 마셨음에도 이상하게 피곤한 기색 없이
마음은 가볍고, 발걸음은 경쾌하다.
이런 일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밤새 꼬박 술을 마시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 일찍 생산적인 일을 하러 나서는 그 무렵,
완전히 아침 해가 뜨고 난 후에야
꾸역꾸역 집으로 기어들어 가는 일 말이다.
사실 사람들로부터 박수 받을 일은 결코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이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적당히 술에 취해, 기분에 취해
평온한 일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완연한 봄비를 맞으며, 처벅처벅 내딛는 도시의 아스팔트 느낌이 좋았고,
환히 빛나는 아침햇살 속에서 건강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어느 해 이 즈음 이렇게 아침을 맞이했던 추억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 좋았고,
흐트러졌던 젊음이 다시금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감정이 좋았다.
그러나 집에 와선 이내 쓰러져 잠이 들었다. --;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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