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 악마의 단검 마이트모탈
리2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귀한 무기인지 잘 아리라 본다.
리2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들은 앞으로도 무한히 생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이것은 너무 뛰어난 능력치 때문에 리2에서 유례 없이 생산이 중단된,
즉 앞으로 다시는 얻을 수 없는 무기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3억 3천만 아데나,
현금으로 약 100만원에 육박할 정도의 금액을 주고 구입을 했다.
2.
이런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
나 역시도 얼마 전까진 그랬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사람들이 현금으로 도토리를 사서
자신의 싸이에 이런저런 장식을 다는 행동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 까짓 것, 뭐라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공의 산물에
실질적인 돈을 투자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런 내 행동을 이해할 수도 있다.
나는 그저 취미를 위한 도구에 투자를 했을 뿐인 것이다.
이를테면 낚시를 좋아하는 어떤 이가
좋은 낚시대를 100만원 주고 구입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또 컴퓨터를 좋아하는 어떤 이가
좋은 그래픽카드를 100만원 주고 구입했다고 해도 그 역시 이상하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리2를 좋아하는 내가 100만원을 주고 리2를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도구를 구매한 행위나
싸이를 좋아하는 어떤 이가 돈을 주고 도토리를 사는 것 역시 아무 문제 없기는 매 한 가지다.
3.
물론 낚시대나 그래픽카드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현물이라는 데에서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다.
그런 것들은 전통적인 관념 속에서 내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나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이에게 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당연하게도 내가 산 +10 악마의 단검 마이트모탈은
리2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볼 수도 없을 뿐더러
그 효력을 체감할 수 없고, 또한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도 없다.
심지어 실제로 리2 내에서 존재하긴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지도 모르겠다.
볼 수도, 쥘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전자적인 데이터로 존재하는 가상의 산물 역시 현물처럼 인정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 문제 없다.
나는 이것을 매우 갖고 싶어했고,
그래서 그것을 산 후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 되는 것이다.
4.
사실 이번 거래 속에서 나 역시도 조금은 시대의 차이를 절감하긴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이렇게 현존하지 않는 상품을 산다는 것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런 가상적인 물건들은 복제와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 현물과 차이가 있기는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해 보안이 충분하여 그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가정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산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변할 필요는 있겠다고 본다.
나는 아주 만족한다.
- achor WEbs. ach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