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국은 언성을 높히고 말았어.
그간 옛 추억을 음미하며 잘 참아내 왔지만
뭐든 제 멋대로인 데에 쉽게 흥분 잘하는 내가 무너져 버리고 말았던 거야.
소중한 추억에 어쩐지 금이 간 것도 같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아.
희노애락 모두가 존재하는 삶이기에
슬픔도, 고통도, 괴로움도...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나면 추억을 더욱 맛있게 하는 젓갈이 되리라 봐.
억지로 무엇을 참아내는 것보다는
진솔한 자기감정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봐.
2.
5월이 여왕의 달이고, 11월이 비의 달이라면
세상이 거짓을 허락한 만우절로 시작하는 4월은
아마도 추억의 달인 것 같아.
하필이면 업무와 가정사, 기타 잡무로 바쁜 이 때
옛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나서
요즘은 그 좋아하던 리2도 거의 하질 못했어.
그저 멍하니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워대며 시간만 축내는 것 같아.
아마도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여름이 오고 있어서 그런가 봐.
작은 사무실에서만, 컴컴한 가상의 세상에서만 보내고 있기엔
화창한 날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봐.
그러고 보면
여름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처서에는 왠지 슬픈 느낌을 받아왔던 것처럼
여름이 다가오는 4월 무렵에는 항상 이런 느낌이었던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