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동에서... (2008-09-02)

Writer  
   achor ( Hit: 1951 Vot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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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그룹 WorkPlace를 담당하고 있어서 업무협의를 위해
오금동 동양시스템즈를 찾는다.

신촌에선 너무 먼 땅이다.
아침부터 고생한다.

그간 그룹 계열사를 수없이 찾아다녔지만
오늘 같은 대우는 처음이다.
밖에서 30분 대기하고, 안에서 20분 대기한다.
게다가 실제 업무협의는 5분 여.

쌍. 이 정도 이야기라면 전화로 할 것이지 왜 오라가라야~!

성질 같아선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참는다. -0-

11시.
오후 2시에 이곳에서 다른 팀과 미팅이 또 잡혀 있어서
갈 수도 없는 상황에, 시간은 남고...
순간 난처해 진다.

아무튼 좋은 기회다.
원한 건 아니었지만 여분의 시간이 주어진 기분이다.

일단 그간 잘라야지 하면서도 통 시간을 내지 못해 어느새 다시 장발이 되어가던 머리,
미용실로 향한다.

근처 미용실은 헤어살롱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으면서
인테리어가 중세풍이다.
신부화장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닌가 해서 머리 자르는 곳 맞아요? 물었더니
예쁘장한 종업원은 네, 하며 귀엽게 미소 짓는다.

서비스가 매우 좋다.
기껏해야 머리카락 조금 자르는 일인데
각종 두발마사지와 안마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허브향이 들어있다는 일본제 샴푸는 전율을 느낄만큼 시원하고,
숙달된 조교의 머리 안마 또한 닭살이 돋을만큼 후련하다.

12시.
다음 일정까지는 아직도 2시간이나 남아있다.

버거킹이 보이기에 요기나 할 참으로 홀로 들어선다.
문득 수 년 전 언젠가, 종로에서 이렇게 홀로 들어섰던 패스트푸드점이 떠오른다.

http://empire.achor.net/c44_free/22032

찾아보니 1998년 8월 4일의 일이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넘은 추억.

그 때는 홀로 밥 먹는 일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었었는데...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혼자 밥 먹는다는 것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고기버거 세트 하나 시켜 아무도 없던 2층에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한 입 베어문다.

평온하다.
이런 평온한 한낮의 풍경이 그리웠었다는 걸 깨닫는다.

한 때는 내 일상이기도 했던 평온한 평일의 오후.
그리워진다.

12시 30분.
PC방에서 이 글을 쓰며 마지막 남은 평일의 오후를 음미한다.

이제 곧 다시 일상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5,93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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