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 (2008-09-20)

작성자  
   achor ( Hit: 1440 Vote: 3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요즘 좀 피곤했긴 했나 보다.

타고 난 신체건강함 덕택에 잔병치레 하지 않던 내가
하루종일 부어버린 편도선으로 고생했다.
특히나 고통 때문에 침조차 삼키지 못했던 건 심각한 타격이었다.

나는 그저 몸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올바른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몸살일 때 흔히 행해왔던 경험적 방법으로
겨울옷을 입고 몸에 땀을 흐르게 하며 홀로 밤을 지샜다.

혼자 사는 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최고이나
아플 때만큼은 최악이다.
이렇게 있다 죽게 되면 며칠 후에 나를 발견할까 생각했다. -__-;


말을 무진장 해야 하는 게임 해설도 있는 날이라
건강검진이 아니고선 지난 수 년 간 단 한 번 가보지 않았던 병원에도 가게 됐는데
예쁘장한 의사는
주사를 2대 놔줄 것인데 주사를 맞고 나면 30분 내에 하나도 안 아프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반신반의 했던 그녀의 말은 정확히 30분 후 거의 진실로 나타났다.

현대의학의 힘이란 이토록 대단한 것이구나!
나는 정말 놀랐다.

의사의 말대로 침조차 삼키지 못했던 내가
30분 후에 장어구이까지도 먹을 수 있게 됐다.


요즘 좀 피곤했긴 했나 보다.

특별한 일 없이도 새벽 3-4시가 되어야 잠들고,
또 거의 매일 과음과 숙취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어찌 보면 몸이 상하는 것도 당연하다, 싶다.

자유와 여유를 버린 채 삶의 방향과 지향점이 달라진 것은
결국 이렇게 나를 훼손시키고 마는구나 생각이 들었고,
우리네 아버지,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현대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새삼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역시 핑계다. -__-;
아무튼 좀 효율적으로, 여유롭게 살아가야겠다.
특히 아프면 괜히 버티지 말고, 병원에 가야겠다.

- achor


본문 내용은 5,90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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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