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고심 적지 않았습니다만
결국은 차를 사게 됐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네시스 쿠페를 노리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돈이 없고,
비슷하게 생긴 중고 투스카니, 가계약을 맺었습니다.
버스로 10 여 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회사가 가깝고,
주말엔 외출하는 것보다 집에서 쉬는 걸 좋아하며,
게다가 차값도, 연비도, 보험료도 모두 비효율적인 투스카니를 사는 것은
사실 저 역시도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차 사는 것을 알고 있는,
게다가 그 사는 것이 투스카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모조리 반대의견을 보였습니다만
그럼에도 결국 이렇게 구매를 결정한 데에는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젊음 탓이겠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심신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날은요.
곧 저는 삶의 치열함 속에서
구차하고, 치졸하며, 어쩔 수 없이 살아가게 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내일을 위해 살아가다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된다는 진리를 망각해 버린다는 류시화의 이야기를 아직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비버 잡는 법을 알게 된 에스키모가
그 때는 너무 늙어 결국 비버를 잡지 못하게 된다는 성석제의 이야기를 아직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설령 훗날 후회를 한다 해도
진실한 고민과 과감한 선택, 그리고 결연한 각오가 동반된 일련의 과정이라면
그 자체로도 삶의 좋은 의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Carpe Diem.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앞으로 더 벌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삶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오늘을 즐길 줄 아는 자만이 내일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왕 사는 삶,
후회 없이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다
결국 희생된 기억만 간직하지 않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물론
내일이면 이제 오너드라이버가 되고,
보험료며, 기름값이며, 주차비며 나갈 생각을 하니
사실 은근슬쩍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네요. -0-
그러나 여전히
Carpe Diem!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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