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들의 송년회다.
개 중의 한 명이 결혼하게 되어 띄문띄문 보기도 했지만
이렇게 단지 만나기 위해 다들 모인 건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시간이 흐른만큼 다들 나름의 삶 속에서 잘들 살아가고 있다.
이젠 결혼한 친구들도 제법 된다.
무얼 하며 어찌 사냐고 서로 안부를 묻고,
깜빡 잊어버린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그 시절 내가 작곡했던 노래들을
아직 기억하며 부르는 친구들도 있다.
역시 고등학교 친구는 친구인가 보다.
옛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과거의 기억과 대조해 가며
이 친구, 그 땐 그랬는데, 하며 추억을 음미하고 있자니
무려 12년이나 흘러버린 내 과거의 모습이
그들에겐 어떻게 남겨져 있을 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살아 온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그래도 시간 속에 생겨버린 거리감은 조금 쌓여있는 느낌은 든다.
3년을 함께 한 동창이지만
12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나 보다.
얼마나 뜨거웠느냐,는 중요치 않나 보다.
결국 같이 있느냐,의 문제 같다.
아주 뜨거웠던 해변에서의 추억도,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했던 기억도
결국 잊혀지리라.
결혼 혹은 이별로 종결될 사랑에 회의하며
내가 만날 최고의 여성은 이미 만났을 지도 모르겠다고 음미했던 27.
그 해답은 결국 같이 있느냐,의 문제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현재,이리라.
- ach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