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끄적끄적 81 MUFFIN에 가도 사랑은 없다. (1999-10-14)

작성자  
   achor ( Hit: 1300 Vote: 7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끄적끄적

『칼사사 게시판』 34617번
 제  목:(아처) 끄적끄적 81 MUFFIN에 가도 사랑은 없다.               
 올린이:achor   (권아처  )    99/10/14 04:09    읽음: 51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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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UFFIN

        며칠 전 성훈과 용민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함께 점심을 하곤 언제나처럼 MUFFIN을 찾았다.

        고압적으로 높이 펼쳐진 하얀색 벽면,
        작은 먼지 하나라도 용납할 수 없는 순결함.

        그렇지만 그곳엔 더이상 사랑이 남아있지 않다.
        Muffin은 이미 어디론가 떠나버린 후.

        MinJu씨가 그러했던 것처럼
        Muffin 역시 아무 말 없이 떠나갔다.

        사.랑.은.그.렇.게.끝.나.는.가.봐.
        더이상 MUFFIN에 가도 사랑을 찾을 수 없다.

        MUFFIN 속에서 Cafri 한 병 시켜놓곤
        옛 사랑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에게나 있는 신입생, 미숙했던 시절의 사랑을
        만나러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2. 강사

        그러고 보니 모두들 강사였다.
        어느새 직장인의 모습이 되어버린 우리들 자신을 느끼며
        어색한 미소를 슬쩍 지어본다.









        3. 주말

        끊이지 않는 영원한 원천, 여자.
        다만 문제라면 시간.

        토요일, 일요일,
        일주일에 두 번으론 삶이 너무 피곤하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가을이 다가올 무렵
        한창 불붙었던 사랑의 열정은
        가을이 끝나갈 무렵, 겨울이 다가올 무렵
        한풀 꺾여 귀찮은 감정으로 변해버렸다.

        그리하여
        그토록 열정적이었던 내 주말이
        이제는
        집에서 쉬는 걸 더 선호하는 쪽으로 변해버렸는지도 모른다.











        4. Homepage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너무도 완벽히 빠져버려 도무지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던
        Homepage에 대한 열정도
        이제는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세상은 끊임없이
        모.든.건.순.간.적.이.야,
        영.원.한.건.없.어,
        라고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5. 후에...

        가끔 술을 마시고 난 후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가 있다.

        며칠 전이 그랬는데,
        기억이 끊기면 기억이 끊긴 기억이 나는 게 정상인데
        그날 난 술을 다소 마셨긴 했지만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마시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런데 쌍욕을 했다는둥, 이별을 이야기했다는둥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듣는다.

        그리하여 또 가끔은
        후에...
        후회하기도 한다.












        6. 약속

        네가 볼 지도 몰라서 하는 말이지만,
        편지 쓰기로 했던 약속, 잊지 않았어.

        다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늘어놔야할 지 몰라
        주춤거리고 있을 뿐이야.

        무엇을 이야기해야할 지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연락할께.

        조금만 더 기다려 줘.


        7. 性

        신도림동 MOTEL村을 거닐다
        한바탕 불륜을 치루고 나오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지나친다.
        아, 얼마나 힘겨웠을까...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정말 도통한 인간이었나 보다.
        (부디 불경한 소리로 오해하지 마시길 바라며...)




        8. 비오던 날

        비가 무척이나 많이 오던 날이었어.
        우산이 있었지만 너무도 거센 비에 옷이 홀딱 젖어버렸었지.
        게다가 꽤나 술에 취해 참 아름답던 세상이었어.

        그리하여 너무도 편안했던 밤,
        떠나고 싶지 않았던 그곳,
        그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라.





        9. WHY?

        왜 떠들거림이 현저히 줄어들었냐고?

        바쁜 건 아냐.
        예전보다 많이 널널해 졌어.
        피곤함에 일찍 자는 것도 아니야.
        통신 안 하더라도 28시 무렵에나 잠들고 있으니.

        다만 다른 일에 온통의 관심이 쏠려 있어서 그래.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목숨 걸고 통신하게 될 거야.
        말했듯이 영원한 건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하여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 하여도
        그다지 슬퍼하지 않아.
        그렇지만 슬픈 일이야.
        한 번쯤 다시 보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니...







                                                            98-9220340 권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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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