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Summer's Over 2 (2000-08-29)

작성자  
   achor ( Hit: 3149 Vote: 17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Love

『칼사사 게시판』 37092번
 제  목:(아처) Summer's Over 2                          
 올린이:achor   (권아처  )    00/08/29 18:18    읽음: 27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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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를 고르기엔 아주 어려운 보기들을 쭉 나열한 후에
    요.즘.가.장.좋.아.지.고.있.는.것.을 고르라고
    jita는 말했다.

    하나를 고르기엔 아주 어려운 보기들을 쭉 생각해본 후에
    겨.울.바.다.를.
    나는 골랐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면 보기 중에서
    나는 '친구'를 골랐을 것인데
    그게 아니라
    가장 좋아지고 있는 거라고 했다.


    일전에 국어 강사를 하던 시절
    한국어에서 진행형은 보조사의 역할 이외에는
    현재형과 특별한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것과
    가장 좋아지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의미차이가 있었다.






    겨울바다가 좋아지는 건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있다는 의미란다.

    jita와 나는
    '이런 사이비 같은 심리테스트'라며 웃어 넘겼지만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온다.
    지나간 한여름의 흔적이라도 남겨놓듯
    내 팔등에는 결국 다 벗겨지지 않은 허물이 울굿불굿하게 남아있어
    나는 여전히, 이제는 다 흘러가 버린 여름을 그리워 한다.

    지난 해,
    여름이 끝났음을 알리는 處署를 보내며
    외로이 Rialto의 Summer's Over를 들었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 날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마지막 만남을 갖고 돌아왔었다.
    1999년의 여름은 사랑과 함께 흘러갔었다.

    인연이라는 건
    운명적이기도 하지만 순간적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리움이나 추억, 아쉬움, 미련 같은 것들이 존재할 수 있나 보다.

    문득 거울을 보며
    뒷머리를 묶어봤는데
    어느새 완연한 말총머리가 되어버렸다.

    2000년 여름은
    섹시, 통일, 그리고 장발로 내게 기억되어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계절이 바뀔 때면 폭우가 쏟아진다고
    몇 해 전에 여신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긴 그런가 보다.
    며칠 거친 폭우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가을냄새가 난다.

    나는 영원을 믿지 않고,
    운명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새삼 자연은 너무나도 위대하여
    그리움이나 추억, 아쉬움, 미련 같은 것들에 연연하지 않은 채로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하여 새삼 나는 너무나도 미약하여
    여름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그뿐이다.
    인간의 의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완벽한 운명론자인 나는 알고 있다.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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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