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상주 (2001-09-30)

작성자  
   achor ( Hit: 988 Vote: 2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7-8시간 걸려서 상주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저야 뒷자리에서 내내 잠을 자거나 책을 봤으니 할 말 없습니다만
아버지가 참 고생하셨지요.

어젯밤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잤습니다.
원체 책들과 컴퓨터부품이 널부러져 있던 제 방인 데에다가
어머니께서 청소를 잘 안 하셨는지
제 방은 폐허와 같은 모습이더군요. --+

대개 부모님과 함께 사시기에 추석 같은 날,
왜 사람들이 그토록 힘들게 고향집을 찾아가는 지 모르시는 분들 많을 것 같은데
사실은 저 역시 그랬었습니다만
어젯밤 그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그 폐허와 같은 제 방이 촉촉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게
이른바 고향의 맛을 한껏 안겨주었습니다.

시골에 도착하였더니 2-3년만에 뵌 할머니께서는
저를 못 알아보시더군요. --+
하긴. 제 갈기가 있으니 이해할만 하지요. --;

여러분의 우려와는 달리 양반문화를 숭상하는 유교적인 집안임에도
특별한 저항은 없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제 변화된 모습에 황당해 하면서도 이해하는 듯 했지요. --+

10월 2일 아침에 다시 서울로 출발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아마 온천을 좋아하시는 제 부모님은
온천에 들려 목욕을 하신 후 우렁이된장국을 점심으로 드시곤 올라올 것이니
아마도 도착하면 저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긴팔 옷들을 챙겨넣고 왔습니다.
그간 ggoob이 사준 니트와
taegyo가 놓고간 남방이 제 긴팔의 전부였습니다만
이제 다시 서울에 가면 저는 긴팔 옷이 많아질 것입니다. ^^

아. 빨래해야 하는데. --+

ps. 여전히 세탁기 구매를 위한 기금 조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46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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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