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외환시장론 시험을 마치고 터벅터벅 홀로 교정을 내려오고 있을 때 전화가 한 통 왔다. 전화는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군.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로군.
그렇지만 예외는 있을 수 없다. 오늘 역시 아침 일찍 잠들어 오후 3시쯤 일어나 이번에는 내가 yahon의 중간고사 대체 리포트를 조금 손봐준 후 허겁지겁 등교하여 용팔을 만나 약간 강의를 들곤 시험 보고, 수업 듣고. 그런 평소의 일상이 반복되었을 뿐이다.
용팔은 오늘로써 시험이 끝이라고 수업 끝나면 술 한 잔 하자 했지만, 태교는 전화 걸어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했지만, 시간도 늦었거니와 요즘 내 삶의 모습이 워낙 말이 아닌지라 누굴 만날 그런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삶이 참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항상 빨래를 해야지 하면서도 언제나 쌓여만 있는 저 빨래들. 밖의 거리보다 더 더러운 사무실의 바닥이 웬일인지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껴진다.
너무 어지럽게 흐트러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이 바로 조금 정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돌아와 라면을 먹으며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사는 내가 대견했고, 담배를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못내 자신이 없는 나를 느꼈다.
일단은 그냥 살자. 조금만 더 기다리자. 조금 더 기다리다 보면 여유가 생길 것이고, 그 때 하나하나 정리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삶이 흐트러져 있으니 결국 아무 것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은 일대로, 학교생활은 학교생활대로.
요즘 신기한 건 이상하게도 일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것. 메일을 확인하는 게 두려울 정도로 요즘은 일이 계속 들어온다.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음에도. 그건 분명 좋은 일이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자. 이제 내가 태어난 11월의 한 달이 시작된다. 이번 달엔 조금 더 잘 해봐야지! ^^*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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