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만 끝나면 일이든 공부든 열심히 해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기말고사 끝난 지 셋째 날. 그간 한 일이라곤 평소처럼 빈둥거리며 침대에 누워 영화나 애니메이션 보기.
Cowboy Bebop을 보고 있다.
대체로 나는 한 번에 몰아 보는 성격임에도 이 애니메이션만큼은 참으로 길게 보고 있다.
지난 12월 초부터 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아직이다. 하긴 양이 많긴 많다.
Cowboy Bebop은 처음에 별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Cowboy Bebop을 보면서 미래를 배경으로 한 City Hunter를 생각했다.
왜 있지 않던가. 중학생 시절 만화계를 평정했던 그 일본의 City Hunter.
게다가 그런 영웅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남자 주인공이 아주 잘 생겼다든가 혹은 여자 주인공이 아주 예뻐야 하는데
Cowboy Bebop은 그런 편이 아니었다.
개성있는 인물들이긴 하지만 큰 호감이 느껴지는 인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갈수록 어떤 여운이 느껴진다.
어느 영화음악보다도 더 신경을 쓴 것 같은 음악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고,
또 인물들 모두 잊고 싶은 사랑의 기억이나 지우고 싶은 과거를 안고
우주를 방황하고 있는 모습,
그렇게 정체할 수 없이 떠돌 수밖에 없는 방랑의 삶에 묘한 감정을 느낀다.
물론 바람의 검심 추억편에서 느껴지는 정적인 멋과
에스카플로네의 정교한 영상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험 보지 못한 기말고사를 어떻게 처리하긴 해야겠는데
교수님께 핑계를 대려 해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거나 메일에 답변을 안 해주셔서
답답한 마음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생각해 보면 큰 일이다. 더이상 F는 내 삶에 있어서는 안 된다. --;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제나 그렇지만 참으로 고마운 내 어머니.
좀 상황이 나아지면 부모님을 비롯한 지금, 온통 어둠과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는 시절에 --+
도움 준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명예든 권력이든 재산이든.
무엇이든 얻게 된다면 힘 없고 고단하게 살아온 내 삶에
한 줄이 빛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 보답해야지. --;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되고 있다.
이번 한 주.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