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 (2002-03-19)

작성자  
   achor ( Vote: 19 )
분류      개인

너무 비난말거라.
미칠 것 같은 사람은 나니까.

나는 이 속에서 하루 4시간 여 눈 붙이는 걸 제외하면
일만 하며 살고 있다.
특히 매주 주말이면 그래도 휴식을 취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 주말은 일이 막판에 접어듬에 따라 쉬지 않고 일한 결과
정말 미치기 직전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이토록 일을 해야한다는 게 그 날처럼 암울했던 적이 없었다.
평생토록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게다가 나를 더욱 미치게 했던 점은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는 데에도 있었다.
과거 낮과 밤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밤을 택했지만
요즘은 따스한 햇살이 너무나도 좋다.
유일하게 햇살이 사무실 창가로 스며드는 정오 즈음에는
할 일 없이 거리를 쏘다니고 싶더라.

그렇지만 다시 생각하면 나는 과분한 인복 속에 편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금까지 내가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유일한 까닭은
내가 잘나거나 섹시해서가 아니라 고마운 주위 사람들 덕분이었던 것을 알고 있다.

또한 나는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렇게 함께 모여 고생한 시간들이 많이 그리워질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당장은 좀 쉬고 싶고, 좀 자유롭고 싶지만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나는 또 다시 고마운 추억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
근 1년 여 발 담그고 있던 일이 끝난다는 사실은
그간 나를 지탱해온 큰 축이 쑥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일이 끝나면 당장 나는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더구나.

너무 걱정말거라.
나라고 왜 저 파릇파릇 돋아나는 섹시한 영계들을 그냥 바라만 보겠느냐.
이제 일이 끝나면 나는 다시 세상 속에서 푸르게 살 것이다.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28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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