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콜럼버스의 달걀 (2002-03-31)

작성자  
   achor ( Hit: 6198 Vote: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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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ociety

『칼사사 게시판』 38824번
 제  목:(아처) 콜럼버스의 달걀                                      
 올린이:achor   (권아처  )    02/03/31 02:25    읽음:  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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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본 신문에는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반론이 실려 있었다. 
        신문의 주장인즉슨,
          
          달걀을  깨지 않는 것이 달걀세우기의 룰이라는 것이다. 즉 누군
        가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우리는 비행기를 타거
        나 슈퍼맨의 망토 같은 것을 입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서 그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다.
          
          하긴 이해가 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날 수 있게? 하고 문제를 
        낸  후 비행기 타면 되지, 라고 답하는 건 허무개그도, 저질개그도 
        아니다. 그것은 유치의 극치이고 심히 짜증나는 짓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콤럼버스는 반칙을 한 셈이었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상대방의 무릎을 쳐서 승리한 후 억울하면 너도 나를 쳐
        서  쓰러트리지 그랬느냐,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달걀세우기, 
        혹은  1등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규
        정을  무시해  버린 처사였다. 우리는 세워질 수 있도록 적당히 밑 
        부분이  깨진 달걀이라면 얼마든지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
        지만  달걀을 깨는 건 룰을 위반하는 것이기에 누구도 달걀을 깨지 
        않았던 게다.
          
          나는 규칙과 질서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은 위대한 일이다.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던 사고의 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진리
        를 공표하였다는 큰 의미를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 감각적이지 못했다. 달걀을 깨트려 세웠다는 
        것은  분명한 룰의 훼손이었다. 또한 전혀 재미있거나 위대해 보이
        지 않는다.
          
          나는  최근의 개성만을 강조하는 사회가 우려스럽다. 모두가 예, 
        하는데  홀로  아니오, 하는 인간들을 키워내려는 사회가 걱정스럽
        다.
          
          아무리 개성이 강조되는 사회라 하더라도 그 개성이 모두가 지켜
        나가고 있는 룰을 자신의 생각만으로 깨어버려도 된다는 걸 의미하
        지는  않는다. 개성은 룰 상에서,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 상에서 
        존재해야 한다.
          
          그간  우리 교육이 비교적 획일적이었고, 집단 인식에 중점을 두
        는  전체주의적인 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
        나  그것은 새로운 세기가 진행 중인 작금에도 여전히 중요한 요소
        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홀로  튀고자 하는 한 개인에 의하여 모두가 고통스럽기를 
        전혀  희망하지 않는다. 홀로 튀고자 하는 인간들의 자신만이 특별
        하다는  의식, 혹은 누구나 다 해봤을만한 변변찮은 생각을 가지고 
        혼자만의 독특함이라 철두철미하게 믿음으로써 모두를 귀찮게 하는 
        짓은 그대로 보고 있기 역겹다. 그의 특별함은 그의 부모님 앞에서
        나 적용되는 것이지 우리 앞에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양성은 사회의 중요한 문제다. 다채로운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살
        아가는 사회보다 더 아름답다. 내가 일본을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로 꼽는 까닭에는 집단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마니아 문화를 
        피울 수 있는 사회의 다양성이 부럽기 때문이다.
          
          개성은  홀로 진행되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각자 
        자신의 개성을 뽐냄으로서 훼손될 질서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나는  그러한 공간적인 구분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싫다. 예를 
        들자면  간단하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교사가 질문 있는 사람 질
        문해  보세요,라고  했을 때 질문을 하는 것은 감각적이지 못하다. 
        홀로  궁금한 것을 모두가 함께 있을 때 질문함으로써 우리가 누려
        야할  쉬는  시간의 안락함을 빼앗아 가서는 안 된다. 질문을 하고 
        싶은 개성은 홀로 교사를 찾아가 진행시킨다면 충분하다.
          
          물론 우리가 갖고 있는 룰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일 가능성도 있
        다. 그렇지만 새로운 진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설파하여 세상을 변
        혁시키고자  하여도  진행은 기존의 악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모두가 각자의 개성으로 룰을 깨버리고자 한다면 세상의 질서는 존
        재하지 않게 된다.
          
          콤럼버스는 위대한 탐험가였지만 그의 달걀이야기는 적어도 비상
        식적이고,  비사회적이었다. 아직까지도 스스로 개성 있다고 믿고, 
        나의 개성은 남들 앞에서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있다면 이
        제는  부디  정신차려주길 부탁한다. 너의 개성은 우리에게 아무런 
        독특함도  아니고,  너의 기발한 발상은 우리에게 3년 전쯤 해봤던 
        실패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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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