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폭설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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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Vote: 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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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날씨는 참 요동이 컸던 것 같다.

오전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이 너무 따사로와 으례 이런 날이면 내가 빠트리지 않는, 군대나 영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따스한 날이면 다녀오지도 않은 군대를 생각하게 된다는 건 내가 봐도 좀 넌센스하긴 하다.
그렇지만 한창 군대를 가기 싫어했던 스무 살 즈음.
나는 한편으론 산록이 푸르른 양달에서 면회온 여자친구와 함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김밥 먹는 상상을 좀 하기도 했었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행복과 사랑의 형상화된 모습이었고, 또한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던 군대의 한 위안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 와서 다시 군대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하라면 고민 없이 후자를 선택하겠지만
어쨌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으로서 나는 나를 면회온 여자친구를 그리워 한다.
그리고 햇살은 내게 그런 느낌을 주고 있고.

그러던 것이 친구와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부터 조금씩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만
결국은 엄청난 폭설로 변하고 말았던 게다.
뉴스에서는 백 년 만의 폭설이라느니, 사상 유례 없는 폭설이라며 소란을 피웠고,
심지어 평소 내게 전화 한 통 안 하는 yahon이 퇴근 길에 눈이 엄청 온다며 전화까지 할 정도였다.

조금 눈이 내리는 것보다 이렇게 폭설 한 번 내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일 출퇴근 하는 사람이야 그 불편함을 말할 수 없겠지만
나 같이 외출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폭설이 어느 부드러운 무언가에 푹 쌓여있는 느낌을 주어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쩐지 폭설은 일본풍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수푹히 쌓인 눈의 기억은 일본 만화나 영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Rough에서 눈이 내린 겨울 아침, 그녀의 집 앞에 달려가 큰 소리로 놀자고 외치는 장면도 떠오르고,
Love Letter에서 おげんきですか 절규하던 그리움과 슬픔도 전해져 오는 것 같다.

3월의 폭설.
어쩐지 그리움과 슬픔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67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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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3/04/2025 12: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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