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작성자  
   achor ( Hit: 1268 Vote: 62 )
분류      씨바

지갑을 잃어버렸다.

언젠가는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지갑이며, 다이어리며, 가방이며, 핸드폰이며...

개체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잃어버렸던 시절도 있지만

이번에는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나는 오랜만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갑을 잃어버린다는 의미는

다시금 귀찮은 작업들을 해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각종 신분증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신용카드며, 이런저런 카드들을 복구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그 귀찮음에 오금이 저린다.



사실 기분은 편치 않지만 어쩌겠는가. 전적으로 나의 잘못인 것을.

그래서 생각한다.

오히려 잘 됐다고.



어떤 미친 새끼가 칼로 나를 쑤신 후 지갑을 빼갈 수도 있었고,

승진했다고 거나하게 취한 한 음주운전자가 나를 치고 달아났을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아직 살아있고,

그리하여 다시금 지갑을 사고, 신분증과 카드들을 재발급 받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 행운아다.



고진감래. 인간만사 새옹지마다.

나는 지금의 불운이 내게 더 큰 기쁨이 되어 돌아올 것을 의심치 않는다.

내가 지금 500원짜리 복권을 긁는다면 사상 초유의 대박에 당첨될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복권을 긁지 않는다.

그건 너무 큰 행운이다.

너무 큰 행운이 오면 다시 너무 큰 불행이 다가오는 법.

내가 지갑을 잃어버림으로써 느꼈던 우울함을 달래줄 수 있는

적당히 괜찮은 행운이 내게 다가오길 희망한다.



아침 7시. 우유에 코코볼을 타 먹으려 했건만

아직 문을 연 슈퍼가 없다.

이 동네 사람들은 너무 게으르다.

나를 포함하여.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62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freeboard/1248
Trackback: https://achor.net/tb/freeboard/1248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4383   220   49
번호
분류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추천
3423          Re 3: 오늘도 아침부터... tae gyo 2001/09/0711107
3422답변           Re 4: 오늘도 아침부터... achor 2001/09/078166
3421              Re 5: 오늘도 아침부터... young. 2001/09/0911017
3420알림   msn messenger를 설치하였습니다. achor 2001/09/06139359
3419      Re 1: msn messenger를 설치하였습니다. young. 2001/09/068568
3418알림       Re 2: msn messenger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achor 2001/09/06110310
3417잡담   아침부터.. young. 2001/09/0699156
3416답변     Re 1: 아침부터.. achor 2001/09/0683713
3415잡담   개강 첫 날의 짧은 기록 achor 2001/09/05109360
3414      Re 1: 개강 첫 날의 짧은 기록 young. 2001/09/0512067
3413    놀아서 모해???^^; 이선진 2001/09/05141768
3412답변     Re 1: 놀아서 모해???^^; achor 2001/09/0582910
3411        Re 2: 후후^^;; 이선진 2001/09/0588111
3410답변         Re 3: 후후^^;; achor 2001/09/068698
3409            Re 4: date... 이선진 2001/09/0689013
3408추천   가위. 바위. 보. ! young. 2001/09/05157259
3407독백   achor 2001/09/03131354
3406답변     Re 1: 꿈 이선진 2001/09/0314449
3405씨바   지갑 achor 2001/09/03126862
3404잡담   3학년 2학기 수강신청을 하면서... achor 2001/09/02123675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