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1: 홀로 밥먹는 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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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887 Vote: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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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쾌한 일요일이에요. ^^ 잘 지내고 있나요? 서늘한 게 반팔을 입기에 참 좋은 날이에요. ^^; 어제는 과음을 했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 참 고생했죠. --; 두통과 구토에 시달렸지만 이젠 좋아졌답니다. ^^; 예전에 홀로 밥 먹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칼사사 게시판』 29998번

 제  목:(아처) 홀로 밥먹는 일에 관하여...                           

 올린이:achor   (권아처  )    98/08/04 16:30    읽음: 38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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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1가 제일은행 본사의 오른편 골목길로 접어들면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3층짜리 KFC가 나온다.



그곳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다 큰 KFC가 자리 잡고 있기에

그곳은 그다지 사람이 많지는 않은데

오히려 그점이 내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11:30 난 홀로 종로 바닥에 동떨어져 있다.

그리곤 내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실 그럴 땐 참 난감하다.

어찌보면 무척이나 사소한 문제이긴 하지만.



<과연 혼자 식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혹자는 '감상이란 홀로 느끼는 것이다'라는 미명 하에

오히려 혼자 극장에 가는 것을 즐긴다고도 하던데,



그렇다면 나 역시 '맛이란 홀로 느끼는 것이다'라고

거창하게 내세운 뒤 혼자 식사할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혼자 식사하기'란 처량함을 주는 것만 같다...



물론 대한민국 태생인 난

식사를 할 때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왜 혼자 창밖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던 옛 학급친구를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시려오지 않던가!



난 그 KFC 앞에서 몇 분을 주저한다.



<과연 혼자 식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별로 배도 고프지 않은데 조금 참지 뭐...'

'에잇! 까짓거! 혼자 먹는 게 뭐 어때서...'



이렇게저렇게 사고의 전위를 경험하다가

결국은 자랑스럽게 KFC의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쇠고기가 들어있는 불고기 버거 주세요!"

"없는데요. --;"

"허걱! 롯데리아가 아니었군요! !_!"

"그러게 김국진 말을 잘 새겨들으셨어야죠! --;"



아. 날씨 참 시원하군... ^^*



장대비를 퍼붓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촉촉한 여우비로 변하였을 때

난 버거와 콜라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간다.



11시 30분이란 시간은 어딘가 어중띤 시간인지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참 없었다.



간혹 눈에 띄엄띄엄 띄는 사람들은

나처럼 혼자 식사를 하러 온 젊은 여인네들뿐.



난 창밖의 모습을 바라볼 요량으로

창가쪽으로 가서 조용히 앉는다.



우뚝 솟은 건물들,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비 사이에서 빠꼼이 햇볕이 얼굴을 내밀은 거리...



그때서야 난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혼자 식사를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참 괜찮은 것이구나!>



폼을 재며 '난 고독을 즐기고 있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딘가 운치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홀로 창가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은은한 향취를 내뿜으면서 마시는 칵테일 한 잔... (혹은 콜라 --;)



마음껏 사색할 수 있고,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



가벼운 말장난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조용히 관조할 수 있는 시간.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렇게 홀로 종로 바닥에서 식사를 한 후

참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거리로 나섰다.



걸음걸음이 경쾌했고, 마음은 산뜻했다.



<혼자 식사를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참 괜찮은 것이구나!>













                                                 空日陸森 Fucking 우레 건아처

꺼억. ^^; 방금 점심을 먹었는데 씽씽한 고추가 나왔네요. 고추 한 번 드셔보세요. 봄의 초록기운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고추를 보고 있으려니 괜히 몸이 상쾌해 지네요. 봄이에요. 봄. ^^* - http://i.am/achor

본문 내용은 9,11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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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