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로 온 게 벌써 1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아침에 새가 운다는 걸 안 건 며칠 전 일이야.
신기하게도 언젠가 남가좌동에서 깨어났을 때 들었던 그 아침의 새소리는 아직까지도 그리워하면서
매일 들을 수 있는 이곳의 새소리는 왜 그간 느끼지 못했을까.
어쩌면 지금 지저귀고 있는 이 새가 초여름 철새일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참새 소리처럼 들리긴 하지만
내가 종달새 소리를 들었다 하여도 나는 참새소리로 생각하고 있을 거야.
내가 알고 있는 건 참새 소리나 종달새 소리가 아니라 새소리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서울 한복판에 철새라니. 말도 안 돼. --;
언젠가 바지락이 뭐냐고 물었던 사람이 있어.
나는 조개의 한 종류라고 말해줬는데
그 때 긴팔원숭이 예를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하고 며칠 전 사무실 오는 길에 문득 생각나더라.
이를테면 원숭이는 이런저런 형태의 원숭이들을 총괄하여 지칭하고,
그 중 팔이 긴 놈들을 긴팔원숭이라고 하듯이
조개처럼 생긴 놈들을 조개라고 그냥 말하는데,
그 중 바지락처럼 생긴 것만 바지락이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말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동물을 생각하면 대개 인간은 하나의 동물일 뿐이다,라는 결론을 상기해 내는 편이야.
나는 최근 보편성, 전체성에 빠져있거든.
신이 인간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긴 놈들을 인간이라고 총괄하여 지칭하는데,
그 중 까만 놈을 흑인, 하얀 놈은 백인, 누리끼리한 놈을 황인이라고 나눠 구분할 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이것의 문제는
종의 색상에 따라 분류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원숭이나 조개 같은 것들은 색상 이외에도 그 형태에 따라 우리는 구분하고 있잖아.
그래서 어쩌면 신도 우리와 다른 인간의 분류법을 갖고 있을 지 모르겠어.
가끔 듣는 북반구인간, 남반구인간이 그 한 예가 될 수도 있겠고,
또 어쩌면 인간과 원숭이를 동일한 종에 두고,
이렇게 생긴 것들이 원숭이인데
저것은 인간, 저것은 오랑우탄, 저것은 고릴라, 또 저것은 긴팔 원숭이란다,하며
신의 아이들을 가르칠 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인간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버렸으면 해. 나는. --;
그리고
어쩌면 나는 신에 의하여 이런 놈들은 섹시가이라고 분류될 지도 모른단다.
독보적인 섹시함, 이것이 나의 무기야.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