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한밤의 기적 소리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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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Vote: 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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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하루키를 아주 좋아했었어.
나는 특히 장편보다는 단편을 좋아했는데
그의 단편들에는 기발한 착상과 포스트모던한 느낌들, 독특한 상상력, 가볍게 이야기 하지만 내재되어 있는 무거움과 진지함이 마음에 들었어.
나 또한 그 속의 인물들처럼 살아가고 싶었던 기억이 있고.

역시 하루키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해.
한 밤의 기적소리만큼 네가 좋아.
그냥 들으면 적절치 못한 표현 같지만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는 그 사랑하는 마음이 절실히 체감되는,
나는 그렇게 경쾌한 표현과 내재된 깊이가 좋아.

그렇지만 하루키는 모두가 열광했던 밀리니엄과 함께 사라져간 인물인 것만 같아.
지금의 시대는 더이상 하루키의 쓸쓸하고, 허전한 느낌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
물론 나는 여전히 하루키의 느낌들을 좋아한다만.

시대가 변한다는 것,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가 변한다는 것.
당연한 일인 줄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쉽고,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나 봐.

나는 한 밤의 기적소리만큼 네가 좋아,라고 표현했던 소년의 사랑도
영원할 지 의심해.
회자정리.
인간의 감정이 영원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삶이 먼저 영원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33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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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07/2025 04:3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