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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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3006 Vote: 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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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여섯 가지 질문밖에 되질 않았지만 답변한다는 게 정말 어렵더군요.
게다가 과거 百問百答 따위의 것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은 저로서는 좀 난처한 감도 들더군요. ^^;

그 어려움은 두 가지 때문일 것인데
하나는 솔직함의 정도를 판단하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표현력의 부재를 극복해 내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대개 누군가가 스스로에 대해 말해보라고 할 때면
얼마나 솔직하게, 진실하게 말해야 할 지 고민스러워 집니다.
물론 그것이 스스로를 위장하려는 수작이기 보다는
관심 없을 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너무 진지하게 늘어놓는 것보다는
적당히 꾸며가며, 가공하여 재미를 주는 게 더 낫다는 경험에서의 판단이겠지요.

또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정말 나의 생각들과 느낌들을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항상 의문입니다.
언제나 그 표현력에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되더군요.
특히 이런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제가 스스로 한 이야기인 만큼 사람들은 제 이야기로 저를 판단해 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같은 자기평가 내지 자기고백은 항상 조심스러워 지는데
반면 그런 조심스러움만큼 저는 제대로 표현해낼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해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아. 사설이 길었습니다.
각설하고, 답변을 시작해 보지요. --;



1. 여러 많은 경험들(붕어빵 장사, 편의점 점원, 호텔 짐꾼...)을 하셨는데, 그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배움을 주었던 경험이 있다면요? 한 가지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더군요.
그러기에 오직 한 가지만을 택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해야만 한다면 아무래도 대학 초년 시절 마냥 놀던 경험을 선택해야겠네요.

마냥 논다는 것은 정신적인 여유로움을 의미합니다.
위에 예를 든 각 경험들이 하나의 양념이 된다면
정신적인 여유로움 속에서 그 양념들을 가지고 다양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완성된 요리가 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에 따른 경험 자체가 아니고,
그런 경험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가, 일 것입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유로워진 대학 초년 시절
때로는 하고 싶었던 아르바이트를 선택하여 직접 해보고,
때로는 친구들과 정신을 잃을 만큼 술을 마셔 보고,
또 때로는 영화를 보든가, 책을 읽든가, 음악을 듣든가... 문화 활동을 통하여 지성과 감성을 고양할 수 있었던 점은
세세한 그 어떤 경험들보다도 지금까지의 제 삶에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2. 현재의 꿈은?

저를 완전히 몰입시킬 꿈을 갖는 것입니다.

완벽한 선택 후에 그에 몰두하고 싶습니다만 사회적인 시간은 역시 두려움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무언가를 선택하였는데 그 때는 행동하기에 너무 늦어버리는 건 아닌가,
북극곰 잡는 법을 완전히 알게 되었는데 그 때는 잡기에 너무 늙어버린 건 아닌가,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삶의 방향을 잡고, 그것에 질주하는 것이 지금의 제 꿈입니다.


3.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은?

1996년 9월 9일의 독립입니다.

언젠가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들이 사실은 깊은 고민도 하지 못했는데 너무 순간적으로 결정된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떤 가벼운 선택 조차도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배우고 익혀온 모든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끔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더라도 1996년의 독립이라는 프레임 위에서 펼쳐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만약 그 시절 독립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선택도 불가능할 지 모른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지요.
독립하였기에 행할 수 있던 많은 선택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그 선택을 할 때 중요하게 영향을 끼쳤던 것은?

박일문의 소설들, 살아온 환경, 그리고 부모님의 가정교육 등입니다.

특히 가정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배우고, 느끼던 것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따스함으로부터 자신감을 키웠고,
아버지의 냉철함으로부터 자립심을 키웠습니다.
그런 부모님의 사랑이 항상 느껴졌기에 독립을 할 수 있었고,
또 지금 또한 언제라도 돌아갈 부모님의 품이 있다는 것은 제 독립의 원형입니다.


5. 지금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있는지?

대학 졸업을 목전에 둔 학생과 사회인의 중간인으로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선택을 하였고, 경험을 해봤기에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찮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 선택이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6. 27이란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한국의 남성으로서 27이란 나이는
최후의 고민과 선택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선택한 것을 향해 한창 내달려야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7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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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k
고맙습니다. ^^

 2003-06-11 22: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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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