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열차의 모습 작성자 achor ( 2001-03-25 07:23:16 Hit: 1935 Vote: 125 ) 분류 잡담 최근 아침까지 술 마신 일은 비일비재 하였지만 오늘처럼 신림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밤새 술 마신 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아. 그렇지 않군요. 얼마 전 홍대에서 밤새 술 마신 적이 있군요. 어쨌든 말입니다. --; 제 삶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이런 적이 있긴 있었을 것인데 이상하게 마치 처음 겪는 일처럼 느껴지더군요. 오늘 새벽 5시 30분 경 종로3가에서 신도림까지 지하철 1호선 수원행을 탔었답니다. 대체로 새벽 첫 차를 타면 힘차게 삶을 살아가는 도시 노동자의 모습이 느껴져서 술 마시고 돌아오는 제 자신에게 좋은 채찍이 되었었는데 오늘 그 수원행 열차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7-80년대에 돌아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열차 자체도 50년대 産과 똑같은 규격의 70년대 産처럼 보였을 뿐더러 그 열차 속에서 저와 함께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우중충하고 너저분한 모습이었습니다. 모두들 삶이 피곤한지 굳게 눈을 감은 채로 유명 상표 비스무리한 글자가 굵게 쓰여져있는 커다란 가방을 안곤 일요일 새벽 열차임에도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빽빽하게 앉아있었습니다. 간혹 제 나이 또래의 젊은이의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한낮의 거리에서 봤다면 아주 멋있었을 그 노란 머리도 이상하게 우울하게 느껴져 왔습니다. 돈 많은, 함께 술을 마신 여인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떠났는데 그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이래저래 생동하는 사람들의 투박함도 좋아합니다만 엘레강스한 그녀는 틀림없이 이런 분위기를 싫어할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신도림역에서 내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탔습니다. 2호선은 훨씬 한산하였습니다. 유독 눈에 띈 사람은 아버지와 등산을 떠나는 젊은 여성이었답니다. 나이는 저보다 한 두살 많아 보였는데 성격 좋아 보이는 아버지와 단 둘이 떠나는 등산 여행의 모습을 보니 육체적으로도, 또 정신적으로도 참 건강해 보여 좋았습니다. 저 역시 학창시절에는 아버지와 함께 낚시 여행을 참 많이 떠나곤 했었는데 대학 이후로는 아버지와 여행을 떠난 기억이 나질 않더군요. 그리고 한 기독교인을 보았습니다. 대림역 즈음에서 열차에 올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이여 내게로 오라며 역설하는 백발머리에 깔끔한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으신 그 노신사에게서는 평소와 달리 반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근본을 기독교로 하고, 불교에 환상을 갖고 있는 제게 있어서 거리의 기독교인들이 반갑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거든요. 그렇지만 그 노신사는 어쩐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힐끔힐끔 쳐다봤었더랬죠. 그는 주일에는 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하느님 말씀을 따르는 것이 복을 얻는 길이라고 했죠. 어제 참 날씨 좋았던 기억도 나고 해서 오는 아침에는 교회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답니다. 그리고 돌아와 이렇게 앉아있습니다. 어느새 날이 밝아가고 있네요. 이제 평온한 일요일 아침이 오겠습니다. 일요일 오전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느낌이 들어 참 좋아합니다. 다음 주에는 요즘 생겨난 봄바람에 적당한 보복을 해줘야겠습니다. 물론 이번 주가 시작될 무렵에도 술 좀 줄이고, 일 좀 해야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만. 어쨌든 다시 한 번 결심해 봅니다. 두고보자. 봄바람! 다음 주에는 결단코 작살을 내주리라! 불끈! 요즘 봄바람이 들었답니다. 유혹해 주세요. 훌쩍. ^^v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77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freeboard/525 Trackback: https://achor.net/tb/freeboard/525 👍 ❤ ✔ 😊 😢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지하철, 일요일 각 Tag는 , 로 구분하여 주십시오. - 지하철: 바르셀로나 지하철 노선도 App (2012-02-27 03:24:47)- 일요일: 방방이 가는 길 (2017-03-05 15:54:53)- 일요일: 일요일 아침 (2002-10-20 10:37:57)- 일요일: 일요일 오전 풍경 (2011-08-29 02:05:44)- 일요일: 한 달 (2009-05-25 03:29:20)- 일요일: 유통기한 (2009-04-12 14:25:06)- 일요일: 봄비 내리던 일요일 아침 (2005-04-11 05:37:42)- 일요일: 일요일 오훗길 (2023-10-22 19:13:03) 4384 220 23 번호 분류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추천 3944잡담 Dolphin sound applefile 2000/09/161906128 3943 오늘도;; [2] applefile 2003/04/081857128 3942답변 Re: 아부지. achor 2002/05/131326128 3941답변 Re 4: 오류(?) 발견... achor 2000/12/241350128 3940 미안. [2] ggoob 2001/12/311485127 3939 뜻을 알고싶어요 [1] dolel 2002/07/232411127 3938 저겨.. 궁금한게 있는데 [1] 안녕하세요 2002/08/162327127 3937 히히 [1] 꿈많은 소녀 2002/10/302803127 3936 ^^ [1] 꿈많은 소녀 2003/01/031941127 3935 퍼옴, 군대 이야기.. [1] bothers 2003/01/082088127 3934 아처다이어리 실행문제 [1] 엄주성 2003/04/232842127 3933공지 사무실 이전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 공지 achor 2001/07/251283126 3932 신청곡..^^ 이선진 2000/10/061349126 3931 아처~불러줘 [2] 최재형 2003/02/062144126 3930 Re 3: 오류(?) 발견... 김신갑 2000/12/241908126 3929 3부가 왔어요^^ 이선진 2001/01/031758125 3928잡담 일요일 새벽 열차의 모습 achor 2001/03/251935125 3927 좋은 친구 applefile 2000/08/031260125 3926황당 허걱... applefile 2000/08/211516125 3925 ^^ 눈맑은 연어. 2000/09/091197125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제목작성자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