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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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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chor
| ( Hit: 1612 Vote: 7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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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독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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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잤고,
잠을 자지 않으면 만화책을 보았더니
완전히 생활리듬이 깨져버렸어.
다시는 양주 쏘는 일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눈물을 머금고 참으로 오랜만에 쏜
커티샷.
그리고 술에 취해 돌아와 요즘 젊은이의 테마가 무엇인지 살펴보던 차에
럭키짱,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던 거야.
별로 재미있지도, 웃기지도 않은 럭키짱의 대사들,
이를테면
앗싸, 좋구나.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안 돼, 돼.
이런 것들. 이런 것들이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건만
서서히 불붙기 시작한 럭키짱의 인기는
이미 허무개그를 물리치고 유머계를 평정해 버렸던 거였어.
정말 의외였지.
그래서 럭키짱, 그 때부터 그 만화를 보기 시작했어.
별 볼 일 없는 학원폭력물.
한 마디로 정말 유치한 만화야.
이 만화는 각 부 20권씩 총 4부까지 나와있는 것 같은데,
나는 주말 내내 3부, 총 60권을 읽어냈던 거야.
정말 재미가 없었음에도 말이야.
3부까지 보면서, 젊은이들을 몰입시키는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
이제 곧 나오겠지, 무언가 이제 곧 나오겠지, 하며.
그렇지만 결국 럭키짱은 나를 배신하고 말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비슷한 학교, 지역 짱 쟁탈전 얘기에
어설프게 외국까지 끌어들여다 놓곤 애국심, 한국인의 근성 운운하는
참으로 형편없는 만화였었더랬지.
정말 신기해. 세상의 이목을 받는 데에는 역시 정형적인 규칙이 존재치 않나 봐.
도무지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어.
어떻게 이 따위 만화가 사람들을 몰입시켜던 걸까.
이런 만화를 재미있다고, 그 대사들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아무리 애를 쓰고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어.
덕분에 이렇게 실망만을 가득 안은 채
나는 무기력하게 되어버렸어.
막바지에 이른 경찰청에도 가지 못했고,
오늘 일요일, 집중되어 있었던 기말고사 4과목.
모조리 시험을 보질 못했어.
정말 미쳤나 봐. 그깟 만화책 때문에 기말고사를 포기해 버리다니.
어떻게 하려고 그랬던 거야!
이번 주말,
술도 참 많이 마셨고, 잠도 참 많이 잤어.
오직 만화책, 술, 잠으로 주말을 고스란히 보내버리고 말았어.
6월. 서서히 짙은 여름으로 들어가는 시기.
친구들은 하나 둘씩 연애를 시작하고,
기말고사가 시작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좋아.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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