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히 쌓여있는 둠아처와 둠가드들. 타겟이 되었다간 바로 눕는 그 아무런 대안과 희망 없던 상황 속에서.
이렇게 그냥 가느니 한 번은 죽고 가자는 결의 속에서 마지막. 모두들 누울 것을 알면서도 당당히 전진했던 그 마지막의 장엄한 광경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아. 내 1년 남짓의 게임 속에서 가장 숭고하면서도 전율이 일어나는 일이었어. 누우면서도 기분 좋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
이후 진행된 레이드는 별로 재미 없었다는 의견은 많이 들었다만 우선 우리의 첫 번째 레이드몹 정복을 자축하고.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해 주렴. 여러 다양한 렙의 혈원들이 존재하는 우리 혈맹에 있어서 혈맹 차원에서 다같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게 사실이야.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재미를 떠나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오직 그것만을 추구하는 대신 우리가 함께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데에도 신경을 써주렴. 물론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재미 있는 것들은 차차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