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지 않는 자들에게 고하노니,

작성자  
   achor ( Hit: 1875 Vote: 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잡담

* 최근 우리 현모는 지독한 음주가 빠트릴 수 없는 특징이 됐죠.
그리하여 왕왕 취중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우연히 옛 일기를 읽다 예전에도 같은 고민을 했던 흔적이 있어 옮겨 놓습니다. --;



술 마시지 않는 자들에게 고하노니, ( 2005. 05. 10. )
번호: 524 작성자: achor 작성일: 2005/05/10 16:50:33 조회수: 13 추천: 0

1.
지난 날 성훈과 술을 마실 때면 우리는
서로의 잔을 하나하나 세곤 했었다.
내가 세 잔 마셨을 때 성훈이 두 잔 마셨다면 그날의 패배자는 성훈인 것이었다.
그러기에 우리의 술자리는 언제나 전투였고,
또한 그 결말은 언제나 참담한 편이었다.

지금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쉬운,
내 젊은날의 기록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다이어리 등을 분실했던 건
언제나 그와의 술자리였고,
그 역시도 술에 취해 많은 소중한 걸 잃은 걸로 알고 있다.

비록 덕분에 잃어버린 것도 많았고,
거리에 그대로 쓰러져 뻗어버리거나 술에 취해 엄한 짓을 한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우리 둘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음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2.
그러나 이러한 호전성은 성훈 이외의 상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 진실이다.
즉 이미 기억이 남아있는 그 순간부터 전투해 왔고, 그러기에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 성훈이 아니라면
상대가 두 잔을 마시든, 세 잔을 마시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마시고 싶을 만큼 마시고, 상대방도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술 권하는 사회의 폐단도 알고 있고,
술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의 고충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대개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긴 한데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상황이면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다.

조건1: 상대가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조건2: 나는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이다.



3.
그러한 날의 결론은
나는 만취하여 온갖 추태를 보이게 되고,
상대방은 맨 정신에서 내 그러한 만행을 제대로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

나는 술에 취하면 말이 좀 많아지고, 또 그 말의 내용이 좀 극단적이 되는 편인데
술 취한 행동치곤 뭐 아주 나쁠 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는 있는 행동이지만
사실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취중의 내 발언을
다음 날 타인을 통해 듣는 일은 어마어마하게 쪽팔린 일이긴 하다.

특히나 그렇게 극단화된 내 말을
술 취했을 때 진심이 나온다는 신념으로 그대로 믿어 버리는 술 안 마시는 사람들 때문에
나는 간혹 난처함을 당하곤 한다.

그러기에 이것은 술을 마시는 예절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술잔에 술이 남았을 때 술을 따르지 않는 것이나
어른 앞에서는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는 것이 한국의 형식적인 주도라면,
술 취한 상대방의 어수룩한 이야기를 가지고
다음 날 놀리거나 장난치지 않는 것은 만국 공통의 인간이 모름지기 가져야할 내적인 주도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

술 마시지 않는 자들에게 고하노니,
너희들이 술을 마시건, 안 마시건 상관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술 마시지 않았다는 특권으로 술 취한 사람을 희롱해서는 안 될 것이니라. ㅠ.ㅠ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6,88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l2_free/411
Trackback: https://achor.net/tb/l2_free/411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미니
내 머리속의 지우개ㅠ

 2006-05-03 09:27:43    
재즈검성
난 술마시면 항상 기억이 안나

 2006-05-03 10:58:44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467   24   12
번호
분류
파일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추천
247잡담    인챈트에 관한 수리적인 고찰 [7] achor 2004/12/1648536
246잡담    성큼 다가온 클로니클3 [2] achor 2004/12/2076996
245잡담    20050107 클로니클3 프리뷰를 보고... [4] achor 2005/01/0719636
244     클3의 블댕 캐릭의 성향..알려주세요. [6] 스타인웨이 2005/02/0916666
243     ....카우링 입니다 모두잘들지네지요-^^ [5] 카우링1 2005/02/2023086
242추천    팬텀을 기준으로 한 궁수 비교 achor 2005/02/2469626
241잡담    리2는 달고, 인생은 쓰다 했던가! [2] achor 2005/06/1392946
240     가입인사 안광명 2005/08/1346336
239     질문이 있습니다. 쿠우 2005/10/0421446
238     주절주절 ㅇ ㅅㅇ; [1] 치요 2005/10/0416096
237잡담    마왕님~마법은나님 끈질긴리챠 2005/11/2240046
236     갑인사;; [1] 마왕와마녀 2005/11/2726566
235     주절거림 [4] 치요 2005/12/0427116
234잡담    술 마시지 않는 자들에게 고하노니, [2] achor 2006/05/0318756
233     가입인사 !!철언 [1] 토막살인 2006/05/2839386
232     가입 인사 올립니당 ^^ [3] 엘이 2006/07/0421316
231     신의혈 비화초련이란분이 쟁이라구 치네요.. [1] 엘이 2006/08/1877416
230     요즘 혈원들이 [1] 재즈검성 2007/03/0863856
229     안녕하세요 (__) 원망치쓰리강냉이 2007/04/3034546
228     가입 인사~~ [3] 흐르는미소속... 2007/04/1170116
    8  9  10  11  12  13  14  15  16  17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11/11/2003 07:58:02
Last Modified: 08/23/2021 11:4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