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네 지적, 달게 받을께. 어떤 사건이 있고 나서 이 같이 반성해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유용한 것 같아.
그리고 혈맹주로서 그에 대한 변명을 해보자면,
이미 오르펜 레이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오르펜을 잡는 게 아니라 오르펜을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 그래서 사전에 인영과 이 문제를 논의했었고, 또 실제로 인영이 직접 포자에 가서 오르펜이 있나 없나는 확인하기까지 했었단다. 또한 여왕개미나 코어를 레이드 함에 있어서도 그들이 없을 것을 예상하면서 사전에 이 사실을 혈원분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동의 속에 행한 일들이었고.
우리가 생각한 것은,
실제로 레이드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첫 혈모인 만큼 함께 무언가를 향해 뛰어가보기도 하고, 그 성공의 쾌감이나 혹은 실패의 아쉬움, 심지어 만나기 못할 상황에서의 허탈감까지도 함께 느껴보는 일이라 판단했던 거였어. 곧 항상 자신의 렙업과 득템이 목적이었던 리2에 있어서 공통의 목표, 그 자체가 필요했었던 거야.
내가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독단이야. 각자 나름의 시간을 내어 함께 하고 있는 만큼 누군가 한 사람의 뜻과 생각이 아닌, 많은 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어. 사실 나는 지난 혈모에서 레이드는 이벤트로서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이번 경우처럼 허무하게 끝날 가능성이 워낙 많으니 말이야. 물론 이에 대한 차안 마련에 소홀했던 건 내 과오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이 같은 일이 생긴다면 허무할 걸 알면서도 많은 이가 바랬던 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러나 다음 번엔 그 차안까지도 한 번 더 생각은 해볼게.
사람들이 많이진만큼 의견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고, 모두가 만족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게 됐어. 이런 상황에서의 최선은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두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고, 그 이후에는 많은 이가 바라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닐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