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PL] Y에게...

성명  
   오만객기 ( Vote: 3 )

* 이 글은 어느 특정인을 대상으로 쓴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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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동안 저 때문에 고생이 많았을 당신을 생각하면, 저도 무척 맘이 무겁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데, 무척 망설였어요.
혹시나 지난 번 같은 일이 또 있지나 않을까...
이 글이 결국엔 내 변명만 늘어놓는 건 아닐까...

그러나 결국에, 이 글을 쓰기로 한 건,
이 기회에 제 맘 속에 있던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래요.

당신이 그 말씀 하신 다음에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제 이기성과 그 겉을 둘러싼 피해자 의식에 대해서.
그리곤 어느 날, 제 친구에게, 그냥,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더군요.
"이 얘기를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널 사람 취급도 안하겠구나."

기가 막힌 일이 있었어요.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더군요.
그 바람에 제 성격에 파탄이 오더군요.
한 객기 좀 했어요.

얼마 전에 라디오를 들었어요.
우연찮게 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초대손님이 그러데요.
"죄에 대한 대가는 한 박자 늦게 온다. 그것은 죄가 수반하는 쾌락 때문이다.
그런데 죄가 무서운 것은 이 죄에 대한 대가가 오는 시점이 언젠지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일이 제 죄과라는 결론을 내렸죠.
제가 나쁜 놈이었던 거예요.

당신의 지적은 너무나 정확했어요.
부정하고 싶지만...

#2

난 늘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다고 자부했었죠.
하지만, 아니었어요.
저같이 말많은 녀석도 본 적이 드물 거예요.
전화를 하면,
많은 경우, 제가 떠들면, 남들은 그걸 그냥 듣곤 했었죠.

어떤 이들은 절보고 욕먹을 일을 안한대요.
그런데, 기실, 그건 절 더욱 옭아매죠.
아이디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전 너무나 현실적이었던 거예요.
실상은 어떻든, 전 그저 남들에게 욕 안 먹는 처신법을 배운 게죠.

이젠, 저도 욕먹을 일을 해야겠어요.
절 찾기로 한 거죠.

#3

여행을 했습니다...
멀리...
기억 속의 그곳으로...

당신을 잊으려 갔는데,
우습게도 전, 당신을 등 뒤에 매고 있었죠.

사람들은 당신을 칭찬합니다.
하지만 전 당신을 칭찬할 수 없었음에도,
태연히 당신을 자랑했지요.

위선자였어요, 전.
당신을 결코 제 맘에 둘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
오죽하면 제 분신에서조차 당신 이름을 지워놓고서,
전 당신이 위대하다고 말했답니다.

그 곳은, 더 이상, 제 기억 속의 그곳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저도, 기억 속의 제가 아니었구요.

#4

책을 태웠습니다...
쌓아놓고, 기름을 붓고, 불을 당겼죠.
재로 화하는 책을 보며, 엉엉 울었습니다.
제 꿈이 사라졌으니까요.

위선자는 문학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기주의자는 인문학이 어쩌구 저쩌구 떠들 권리가 없습니다.

한 때는,
인문계의 어느 전공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큰소리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럴 것 같았습니다.

당신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난 당신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당신을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과거에 만족하여 현재에 자만했고,
덕분에 당신의 참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당신에게도 마찬가지였죠.

어느새 전 인문학 책을 세 쪽 이상 읽지 못합니다.
읽다가 찢어버린 것은 수두룩하고, 꽤나 태우고, 남에게 주기 일쑤고...

책장 하나가 덩그라니 비어 버렸습니다.

이젠, 그 때의 일을 꿈이라 말합니다.
지나간 꿈.

그리고,

이젠 당신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제 꿈이 되었으니까요.

#5

당신이 첫 번째라고 믿었습니다.
아니,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전 이상한 미신 하나를 믿고 있습니다.
둘바기.

늘 그랬어요.
한 번에 되는 일이 없었어요.
꼭 두 번.
세 번도 아녜요.
참 이상하죠.

당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있었습니다.

다만,
난 당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만큼 당신이 더 소중했답니다.

결국 난 당신을 노하게 했죠.
그것도 두 번씩이나.
당신은 물론이려니와.

결국 전 둘바기로 둘바기의 미신을 깨버렸답니다.

미안해요.

#6

꿈을 꿉니다.
당신이 보이네요.
당신 안에서.

여전히 당신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늘 그대로죠.

전 당신을 향하지만, 당신은 멀어져갑니다.
전 겁이 납니다. 부르지만, 닿지 않습니다.

꿈에서 깨어납니다.

문득 당신이 보고 싶어요.
당신 안에서.

#7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의 전화.
"나 유럽어문 쓸 거거든..."

1월 15일, 당신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난 당신을 만났고,
당신에게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 속에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난 당신을 내 속에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당신을 통해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당신을 힘들게 한 때문에, 당신과 멀어진 뒤,
난 당신을 잃어버렸음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전, 너무나 늦게 알았습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고, 당신에 집착한 것이,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당신 속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당신을 억지로 잊으려 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던 것은,
결국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 전 당신을 사랑하렵니다.
당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대신,
당신을 받아들이렵니다.
당신을 영원히 좋은 친구로 남겨두는 대신에,
당신을 영원히 내 가슴 속에 간직하렵니다.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저를 용서하지 않을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받았던 사랑만큼,
제가 그동안 흘렸던 눈물만큼,
제가 그동안 겪었던 설움만큼,
제가 그동안 느꼈던 고민만큼,

전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믿으렵니다.

당신을,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이 글을,
당신이,
또 다른 당신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쓰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네요.
어느새 한 주가 훌쩍 넘어갑니다.
지금쯤 당신과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이만 줄일께요...

미안해요...
용서하세요...
사랑해요...

당신께,
그리고 당신께...

4330. 12. 28.

Adieu, Humanite... pour libe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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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보니 Y가 Y도 되었다, H도 되었다, S도 되었다 하네요...
저를 아시는 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런지...
아마 이해하시는 분이 얼마 없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본문 내용은 9,92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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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8/23/2021 11: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