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창진] 열정이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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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무실은 매일 12시까지 불이 켜져있다.

15일부터 23일까지 우리지역에서 축제를 하게 되는데, 그 준비과정이

만만찮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별다른 역할을 맡아서 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업무보조, 홍보물 배포, 의견개진, 그리고 행사가 시작되면

진행요원으로 뛰게 될 뿐이다. (아참. 홍보팀장도 했었다. 그건 끝났다.)

행사기간중 5월 19일을 청소년의 날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무대를 꾸미는데

요즘 그날 무대를 맡아서 진행(이라기 보다는 출연)할 친구들이

매일 12시까지 연습을 한다. (보통 6시쯤 오는 것 같다.)

이 친구들은 춤을 추는 댄서들이다.

그렇다고 그냥 어떻게 가요 안무나 따서 깔짝대고, 브레이킨 몇개만 따서

깝죽대는 수준은 넘어선, 프로라고 할 수 있다.

멤버는 8명인데, 그중에 5명은 방송국 백댄서 출신이다.

그중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 내 친구(이놈이 두목이다.)와 한살 아래

후배를 빼고는 나머지가 모두 고등학생이다.

(위 두 사람은 현재 백댄서는 그만두고, 음반준비중이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요즘 열정이라는 단어를 배운다.

과연 내가 어떤 일에 대해서 저 아이들 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가 하는

자문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 하루에 5~6시간씩을 투자하고, 그것을 생각하고

언제나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자문해 본다.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학벌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는 그럭저럭 살아가기에 힘들지 않을 만큼의 학벌은 있다.

그렇지만 이게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에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있는가?

별로 아니올시다라는 대답이 나온다.

내가 남들 누구나 인정하는 아주 뛰어난 학벌의 소유자로 공부 한가지만

가지고는 최고일까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다.

난 매일 그들이 연습하는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아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난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는가...하는 생각

삶에 대한 가장 큰 죄악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큰 의미에선 죽음을 포함한 모든 포기를 뜻한다.

그리고 그것과 맞먹을 정도로 큰 죄악은 바로 태만이다.

난 삶에 대해서 큰 죄를 저지르고 있지 않는지 자문해본다.

오늘도 그들의 테이프는 돌아가고, 그들은 움직인다.

나는 홀로 앉아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행동하고, 나는 멈춰있다.

나는 스스로를 도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열정이라는 것. 생각처럼 쉬운 단어가 아닌거 같다.

그 단어를 깨우치고 이해할 때까지 과연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내 삶이 끝나는 날에는 깨우치게 될런지..

난 오늘도 그들에게서 열정을 배운다.


본문 내용은 9,42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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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8/23/2021 11: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