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피우다 걸린 연예인들은 고개를 숙인다. 사람들도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억울하다고 한다. 그는 대마초가 몸에도 사회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데 과잉 규제돼 자신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위헌법률심판까지 신청했다. 담배나 술보다 중독성이 약한데 대마초만 규제하는 건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 천만에 말씀, 얼토당토 않다는 의견도 있다. 대마초 피워 4번 구속기소됐다는 자타공인 전문가 가수 전인권(50)씨, 경찰 생활 20년 동안 마약범죄 다루다 은퇴 뒤 한국 마약범죄학 박사 1호가 된 전경수(51) 광운대 교수 그리고 김형중(50) 식품의약안전청 과장이 지난 2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대마초에 대해 툭 까놓고 이야기했다.
토론날 이틀전 전인권씨가 병원에서 집기를 던져 입건됐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이 덜컹했다. 전화 했더니 “혈압이 너무 높아서 치료해 달라 그런거야. 휴지만 던졌어”라고 설명하고 토론엔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 관료들은 토론에 나오려하지 않는 터라 불안했는데 김 과장이 선뜻 좋다고 했다. 전 교수는 토론을 제안하자마나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전인권=저는 대마초를 약 30년간 피웠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이상이 없어요. 몸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어요. 담배도 같이 피우고 있지만 대마초가 담배보다 중독성이나 독성이 강한지 잘 모르겠어요. 미국 학자가 대마초에 대한 쓴 논문을 봤는데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하더라고요. 기관지에 약간 무리를 줄 뿐이라고 써 있던데 저는 거기에 동의해요.
김형중=담배나 알코올과 비교해 대마초가 유해한지는 정확한 근거 자료가 없어 판단하기 곤란하지만 대마가 위해하다는 건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겁니다. 조금 섭취한 경우엔 꿈꾸는 느낌이라든가 오감의 미묘한 변화가 생기죠. 많은 양을 섭취하면 공중에 뜨는 듯한 느낌과 빠른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고, 환각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극도로 많은 양을 섭취하면 중독성 정신이상 상태가 되죠. 계속 남용하면 정신운동 및 내분비 장애가 생기고 면역 능력이 떨어져요. 정신불열증이 온다는 논문도 있고요. 또 대마 남용자는 나중에 다른 마약류에 손을 댈 위험이 크죠. 그렇기 때문에 유엔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규제하고 있는 겁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적, 국가적으로 피해가 크죠.
전경수=국제적으로 대마초에 대한 논쟁은 10여년 전에 시작됐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위헌법률심판이 신청됐다는 얘기를 듣고 올 게 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담배 많이 피워서 죽었다는 사람은 많죠. 그런데 대마초를 많이 피워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못 들어봤어요. 통제가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피우는 사람이 없다고는 볼 수 없죠. 그러면 숨어서 피우는 사람 가운데 분명히 한두명은 담배를 많이 피웠을 때처럼 몸이 아파 병원에 실려 가거나 그래야 되는데 그런 경우가 없어요. 유해 정도는 담배나 알코올이나 대마초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대마초에 있는 티에이치시(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라는 환각성 물질이죠. 일반적으로 예능쪽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은 피우라 그래도 안 피울 거예요. 담배도 안 피우는 사람은 입에 물려줘도 안 피우잖습니까. 중독성은 알코올, 담배, 대마초가 비슷한 것 같아요. 영국도 대마초를 B급에서 가장 위험 정도가 약한 C급으로 낮춰 단속을 완화했어요.
전인권 “30년간 피워‥아무 이상 없어”
전인권=언론이 괴물 같아요. 누가 대마초 했다 그러면 잡아먹고 뼈까지 발라 내동댕이쳐요. 제가 돈 좀 벌었을 때 우리 집을 농지로 바꿨어요. 그곳에 음악 하는 사람들도 와서 녹음하고 대마초도 같이 피우고 그랬어요. 그래서 두 번째 구속됐죠. 그 친구들이나 나나 대마초 피우고 환각을 느끼느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그냥 음악이 잘 들리고 그런데 그걸 환각이라고 하면 우습죠. 초기 증상은 밥맛이 좋아져요. 비타민을 계속 먹으면 몸에 문제가 없어요. 입이 텁텁해서 물을 많이 먹게 되죠. 제가 미국에서 대마초로 만든 ‘캘리포니아월드’, ‘하와이안월드’ ,‘타이스키’ 다 해봤어요. ‘타이스키’는 굉장히 독한 건데도 환각은 없었어요. 생각하고 관찰하게 돼죠.
전경수=기간은 30년이라고 하셨는데 주기는 어떻습니까?
전인권=폴 메카트니는 하루에 4~5차례 피웠다고 해요. 한번 피우면 효과가 3시간 가는데 그러니까 하루에 15시간 정도 대마초 피운 상태에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일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전 하루에 4~5차례 피웠죠.
전경수=그런데 폐나 기관지엔 아무 이상 없던가요?
전인권=많이 피울 때도 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전혀 대마초 안하고 있는데 처음으로 간 수치가 조금 높아졌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김형중=약물 남용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 국가에 미치는 폐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유엔과 선진국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유엔은 1961년 ‘마약에 관한 단일협약’에서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정했고 ‘향정신성 물질에 관한 유엔협약’에선 대마초의 티에이치시를 향정신성 물질로 규제했어요. 각국 상황에 따라 관리 체계는 다를 수가 있죠.
전인권=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대마초에 대한 편견 말고 과장님은 대마초에 대해 솔직히 어떻게 생각하세요?
권/그냥 음악이 잘들리는데 그걸‥
중/필로폰도 처음엔 집중력 약이었어요
수/문제는 THC라는 환각물질이죠
김형중=대마초를 피우면 뇌 활동에 변화가 생겨서 학습에도 영향을 미쳐요. 30일 동안 평균 29일 대마를 흡연한 ‘심한 사용자’ 65명과 평균 하루만 쓴 ‘약한 사용자’ 64명을 비교해보니 적어도 24시간 사용을 중단한 뒤에도 심한 사용자들은 주의력, 기억력이 더 많이 떨어지고 정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어요. 대학생 대상 장기간 연구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성취도가 낮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더 잘 수용했죠. 비행 행동과 공격을 더 많이 했고요.
전인권=우리는 자연인입니다. 산의 열매, 쑥, 시금치처럼 땅에서 나는 거 먹어요. 대마초도 그 가운데 하나로 먹는 거예요. 대마초 피웠다는 이유로 언론이 굉장히 좋아하는 검찰한테 인간 이하 취급 당하는 데 인간이 그런 취급 당하는 것보다 대마초가 더 문제인가요? 저는 대마초로 4번 구속기소 됐는데 잡혀 들어가면 이 자식아 반말부터 해요. 저도 그래도 똑같이 이 자식아라고 덤볐어요. 제가 검찰에 덤빈 놈으로 유명해요. 발에도 수갑을 채웠어요. 제가 왜 그런 취급을 당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반항하면 마약에 취해서 난동 부린 거라고 해요. 언론이 만들어낸 대마초에 대한 편견도 있어요. 박정희 정권 땐 대마초 피우는 사람들 거지가 되서 콧물 나고 그렇게 그렸지만 그런 사람 하나도 없어요. 대마초 하는 사람들은 자연인으로 돌아가요. 산에 올라가서 조그만 집 짓고 산이 된 사람도 있어요. 구걸이나 남에게 해를 주고 누굴 때리거나 그런 행동 안 해요. 미국에서 유엔에서 그런다고 무조건 쫓아가는 건 맞지 않아요.
김형중=식물에는 복용해서 약이 되는 것도 있고 독이 되는 것도 있죠.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도 변해요. 필로폰도 처음엔 잠 안 오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환상적인 약이었어요. 남용하니까 굉장한 부작용이 왔죠. 그래서 세계적으로 규제하게 된 거예요.
토론 당일 전인권씨는 좀 아프다고 했다. 그의 머리는 그래서 더 하늘로 뻗쳐있었다. 그런데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 검열 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툭툭 던졌다. 전 교수와 김 과장은 꼼꼼하게 자료를 챙겨 준비했다.
전인권=대마초 피웠다 그러면 언론에서 완전히 매장시켜요. 이때 너무 화가 많이 났죠. 대마초 피우고 다른 사람 방해하지 않아요. 대마초가 맞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구분할 수 있죠. 펴 보고 못 피우겠다고 도망가는 사람은 안 피우는 거고 피우고 싶은 사람은 피우는 거예요. 무조건 즐겁냐면 절대 그렇지 않아요. 자신을 반성하게 해요. 제가 19살 때 대마초 피우고 거울을 보고는 ‘내가 가진 것도 없고 공부도 연습도 안하고 형편 없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반성하고 노력하니까 점점 멋있어지더라고요. 대마초도 필요한 사람에겐 아주 필요한 거예요.
전경수=체질에 안 맞는 사람들은 대마초를 피우면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엄밀히 보았을 때 마약과 똑같이 놓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전반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두면 문제가 생길 걸로 봐요. 규제 관리가 없다면 누구나 다 물고 다닐 수 있는 거니까요. 사회적으로 위험할 수 있죠. 그렇지만 무겁게 처벌하는 진짜 마약과는 차별화해서 다른 법률로 관리해야 해요. 만약 의약용으로 개발된다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도록 규제하고요.
김형중 “많이 섭취하면 정신이상 상태”
김형중=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마초 남용으로 중독자가 생기면 국가에 미치는 피해가 커요. 다만 단순 투약자나 범법 행위가 없는 중독자인 경우, 재활을 위해서 국가가 노력을 해야겠죠. 처벌보다는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활성화하고, 법원의 치료보호 명령제를 도입해야 해요. 현재 규제법은 마약법,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 대마법 세 개로 운영되다 2000년에 규제 합리화로 마약류관리에대한법률로 합쳐진 거예요. 마약은 아편, 코카인 등이 있고 향정신성 의약품은 히로뽕, 엘에스디 등이 있죠. 이들 모두 수출입 목적일 땐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무겁지만 재배·소지·소유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죠. 실제 벌을 내릴 때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대마초 사용은 마약이나 향정신성 의약품보다 벌칙이 적어져요.
전인권=히로뽕과 대마초는 아주 달라요. 제가 히로뽕 전과도 2개 있어요. 히로뽕은 공짜로 자아를 갖게 해요. 자아라는 건 자기가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스스로 멋지게 느껴지고 자신감이 생겨 기분이 좋아지죠. 그런데 깨면 자기가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굉장히 괴로워지죠. 대마초는 반대예요. 연습을 해야 하는 걸 깨우치게 해요. 나를 너무 부끄럽게 하죠. ‘저게 내 노래야?’ 기준에 맞춰보게 되요. 대마초를 피울 땐 계획표를 짜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한대 피우고 이때까지는 안 피우고 이렇게…. 그 계획 아래 10년 살고 성공의 길을 갔어요. 히로뽕은 문제가 되지만 이것도 죄로 다스리는 건 우습지 않나 해요. 격리시켜서 치료해야죠. 그런데 우리나라 격리보호는 교도소보다 심해요. 못 견디고 미쳐서 나온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대마초 피운 사람들 일반 교도소 갔다가 굉장히 충격을 받고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일반적으로 대마초 피우는 사람들은 사회 적응 잘 해요. 대마초가 약간 게으르게만 만들죠. 밥도 씩씩하게 잘 먹어요.
전경수 “담배·알코올과 비슷해요”
전경수=어떤 식물을 뱀에게 먹이면 독이 되기도 하고 다른 동물에게 먹이면 영양이 되기도 하죠. 특수한 체질을 가진 사람에게는 대마초가 괜찮은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따라할까 걱정이 돼요. 이번 기회에 대마초가 어떤 사람에겐 괜찮고 어떤 사람에겐 그렇지 못한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무거운 처벌은 마약 흡입자들을 오히려 깊숙이 숨게 해요. 다른 범죄와 달라서 잠깐 멈추고 있는 것이지 없어지는 건 아니죠. 음지에 두는 것보다는 양지로 끌어내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좋죠. 중독성이 약한 대마초를 다른 마약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도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어요. 판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지만 실정법으론 똑같이 5년 이하의 징역과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게 돼 있잖아요. 무겁게 처벌하기보다는 경법을 적용한다든지 또는 미국의 약물법원 제도처럼 기소절차를 간소화하고 중독을 이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는 방향으로 갔으면 해요. 지금 우리나라 격리 보호 시설에서 수용자들이 스트레스 받는 게 사실이거든요.
전인권=몇개 나라 빼고는 대마초를 중벌로 다루진 않아요. 밀수출이나 판매 제조만 무섭게 다루죠. 우리나라는 절대 안 그렇죠. 피운 사람도 완전히 죄인 취급당해요.
전경수=수사관 개인의 자질 문제 아닌가요?
전인권 “아들이 핀다면 피우게 하겠어요”
전인권=붙들려 갈 때마다 그랬어요. 마지막 구속기소된 5년 전에 제가 그랬어요. “더러워서 대마초 안한다.”
전경수=대마초 피우는 사람들 자신이 피해자일 수 있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 않나요. 양지화 되지 않으면 밀거래, 밀제조자 등 범죄조직이 움직이게 되죠. 이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단순 흡입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가벼운 법, 대체법을 만들자는 거예요.
김형중=유럽의 특별한 나라는 주사기도 놔두죠. 네덜란드는 자유를 존중해 주다 보니 “여기서 해라”라고 풀어주기도 하죠. 그런덴 그 나라만의 특성이 있는 거고요. 대부분 다른 나라는 규제해요. 미국은 취급한 대마의 양에 따라 형의 경중이 달라지죠. 1천㎏ 이상 제조·유통·조제·소유하면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지만 50㎏ 이하일 땐 5년 이하의 징역이죠. 일본은 영리목적이 없을 땐 재배·수출입은 7년 이하의 징역, 소지·소유·양도는 5년 이하의 징역이죠.
전인권=그런 사회에서는 대마초 피웠다고 죄인 취급 안 해요. 이번에 김부선씨가 위헌 신청한 건 참 잘한 거예요.
김형중 “방임하면‥큰 사회적 비용 치러”
김형중=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하는데 개인도 중요하지만 사회규범과 지켜야할 도덕이 있는 거죠. 아들 하고 이야기해봤는데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자기가 좋으면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우리 때만 해도 국가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요즘 애들은 생각이 달라요. 개인의 행복 추구나 자유만 주장하다 방임 상태에 빠지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거예요.
전인권=박정희 전 대통령을 예를 든다면 우리한테 물질적인 풍요를 줬지만 그걸 어떻게 재미있게 쓰라는 정신적인 것은 하나도 주지 않았어요. 가수 싸이가 잡혀서 침통하게 수갑 차는 모습 보여주니까 대마초에 대해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 거예요. 외국에선 자기네 나라 아티스트한테 그렇게 안 해요. 에릭 클립톤이 헤로인에 중독 됐을 때 나라에서 마약치료 최고 권위자를 보내 치료해 줬어요. 다시 태어나서 굉장히 크게 성공했죠. 우리나라는 검찰이 잡아가면 언론이 신이 나요. 그 사람의 인간적인 권리 이런 건 생각 안 해요. 저는 제 아들이 대마초 피겠다면 피우게 하겠어요. 왜냐하면 좋기 때문에. 잡혀간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에요. 대마초는 나를 반성하게 했어요. 열심히 일했고 지금 저를 좋아하는 후배 친구들도 많아요.
전경수=과잉 규제로 행복권을 침해하느냐가 문제가 되겠죠. 대마초 피우는 것에 대해 처벌 강조하는 쪽이나 완전히 풀어달라는 쪽이나 둘 다 문제가 있어요. 규제하는 건 맞지만 마약 범죄라는 낙인이 찍히면 살아가기 어려워지죠. 강한 마약과는 달리 대마초 흡입자는 가려서 다른 명칭의 새로운 법으로 처벌 중심이 아닌 방식으로 규제했으면 해요.
처음엔 돌아가며 말하던 세 사람은 뒤로 갈수록 얽혀들었다. 전인권씨는 대마초 피웠다가 당한 고초를 이야기할 때 다른 토론자가 끼어들려 하자 “이것만은 꼭 말해야 해요”라고 했다. 느긋하던 전 교수의 말투가 빨라지더니 사투리가 묻어났다.
전인권=더 이야기하자면 대마초는 끊을 때도 담배나 술처럼 금단증상이 없어요.
김형중=다시 말하지만 유엔에서 규제하는 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죠. 대마초를 하면 다른 약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담배나 알코올과는 달라요. 음주문화는 사교적이지만 대마초가 그런 건 아니죠.
전경수 “진짜 마약과는 차별해 관리해야”
전경수=알코올, 담배, 대마초 대상자를 골라 검진부터 시작해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해요. 아직까지 정확하게 국내에서 나온 게 없어요. 보통 대마초를 엄청나게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면밀하게 조사해봤으면 좋겠어요.
전인권=‘대마범’들 너무 힘들어요. 술, 담배, 대마초에 공통적인 게 있다면 건망증 증세가 나타나게 한다는 거예요. 셋 가운데 대마초가 최고로 좋은 걸로 생각해요. 제가 산 증인이에요. 천천히 대마초가 자유화 될 거예요.
전경수=현재 외국이나 우리나 대마초를 의료용으로 연구하는 것 같아요.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단계가 되면 자연스럽게 법이 바뀌겠죠.
김형중=대마초는 의료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대마초 씨는 한약으로 쓰죠. 하지만 티에치시가 들어있는 껍질을 쓰는 건 처벌해요.
정리 김소민 기자 <a href="mailto:prettyso@hani.co.kr"prettyso@hani.co.kr</a
사진 황석주 기자 <a href="mailto:stonepole@hani.co.kr"stonepole@hani.co.kr</a
200여 병상 규모의 약물중독 진료소를 따로 둔 국립부곡병원의 조성남 원장과 <대마를 위한 변명을 쓴 유현씨의 이야기를 통해 대마초를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다.
△ 조성남씨
국립부곡병원장 조성남씨
시간·감각 왜곡된다
대마초가 알코올, 담배보다 몸에 해나 중독성이 덜한가?
의존성은 약하다. 끊었을 때 금단 증상의 정도가 크지 않다는 거다. 중독성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담배보다 정신적인 쾌감을 더 주기 때문에 갈망하게 된다. 담배는 직접적으로 폐에, 술은 간, 뇌에 영향을 주는데 대마초의 영향이 더 크다. 담배보다 타르 등 암 유발 요소들이 5~10배 정도 많다.
피우면 감각이 강화되는 정도인가?
환상이 보이는 건 아니다. 시간과 감각이 왜곡된다.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체계를 교란해 즐거움을 얻는 것이고 감각에 이상을 초래해 환각제로 분류한다. 집중력에 장애가 오고 정신분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논문도 나와 있다.
반사회적 활동은 하지 않는데
직접적으로 반사회적 활동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주의력 상실과 초자아의 감독 기능 약화로 쉽게 범죄에 가담할 수 있다. 대마초가 불법인데, 하는 것 자체가 반사회적이다. 또 다른 약을 섞어서 피우는 경우가 많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마초를 피우다보면 더 강력한 걸 찾게 된다. 일주일에 한번만 하면 별 문제 없겠지만 단속을 안하면 담배 피우듯 할 거다.
담배와 알코올은 규제 안하는데
담배와 술도 사실 일종의 마약이다. 오래전부터 규제하지 않았고 너무 대중화되어 있어 못하는 거다. 유럽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추세인 건 대마초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다. 억압 정책을 쓰니까 값이 뛰어 돈을 구하려고 범죄가 더 많이 생긴 거다. 네덜란드, 스위스에선 합법적으로 파는 대마초의 이익금을 다 치료에 쓰고 있다.
마약 중독인 경우 재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검찰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치료보호위원회에 의뢰해 치료보호 지정병원에 보낸다. 그런데 검찰의 임무가 수사하고 기소하는 데 있어서 치료시설 쪽으로 잘 안 보낸다. 초범만 보내고 진짜 치료가 필요한 마약 전과가 5~6 차례 있는 사람들은 안 보낸다. 이밖에 판사가 검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치료감호소로 보낼 수 있다. 그곳은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정신질환자와 마약 중독자를 섞어 놓으니 말썽이 많다. 인적자원도, 공간도 부족해 거기에다만 맡길 수가 없다. 마약범죄자 가운데 70%가 단순 투약범인데 치료 잘 안하니까 전과만 늘게 된다. 판사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감호소 말고 정식 치료기관에 보낼 수 있도록 치료명령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잡히기 전에 자발적으로 24개 지정병원에 입원하면 처벌 안받고 1년까지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 유현씨
‘대마‥변명’ 책낸 유현씨
진정 효과가 있을뿐
어떤 근거로 대마초가 담배나 알코올보다 중독성이나 독성이 약하다는 건가
1994년 미국 국립약물중독연구소에서 낸 자료를 보면 의존성, 금단성, 내성, 강화성, 독성 항목에서 니코틴이 3~6을 나타낸 데 비해 대마초는 1~3을 보였다. 알코올은 4~6이었다. 숫자가 높을 수록 강도가 센 거다. 미국 대통령 직속 ‘마리화나와 마약중독에 관한 국가위원회’(쉐퍼 위원회)는 1972년 보고서에서 “대마초는 개인이나 사회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상 합법화 권고안을 발표했다. 대마초는 환각에 빠뜨리지 않고 기분이 좋게 하거나 진정 효과가 있을 뿐이다.
대마초가 다른 마약으로 빠지는 관문이라고 하는데
근거 없는 주장이다. 헤로인 사용자 가운데 몇 퍼센트가 대마초 피운 적 있다고 답해서 나온 주장인데, 조사해보니 헤로인 사용자 가운데 더 많은 수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 적 있었다. 이런 논리라면 오히려 담배와 술이 헤로인으로 가는 관문이 아니겠는가.
다른 나라들은 왜 금지하고 있나
소량의 대마초 사용은 처벌하지 않는 게 선진국의 추세다. 실질적으로 대마초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 이어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핀란드 등이 징역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가장 보수적인 영국조차도 대마초를 위험 정도가 가장 낮은 시그룹으로 분류해 합법화의 길을 가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대마초를 금지했는데 유해성보다는 자본의 논리 때문이었다. 1920년대까지 대마 농업이 활성화해 종이의 60%가 대마종이였고 군수물자로도 쓰였다. 화학적 제지공정의 특허를 딴 듀폰사와 제지공장을 가진 신문왕 허스트가 경쟁제를 없애 이익을 극대화하려 로비를 벌였다. 그 결과 1937년 대마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실질적으로 금지한 1937년 대마 세금법이 통과됐다. 유엔의 마약에 관한 단일 협약은 미국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다.
그래도 안하는 게 낮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데
헌법 제 10조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마초는 술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순 기호품이다. 그런데 국가가 개입해 형사처벌하는 건 부당한 간섭이다. 또 담배나 술 등 비슷한 기호품을 쓰는 사람들에 비해 차별하는 것이다.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위험이 크지 않은데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징역형까지 두는 건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보건적 차원에서 담배와 술보다 폐해가 적은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대마초는 중독성이 미약하고 안전성은 이미 5천년간 ‘임상실험’됐다.